극장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했다. 무려 14년이라는 제작기간이 걸린 영화 ‘귀향’(감독 조정래)의 이야기다. 그런 ‘귀향’이 14년 만에 개봉이라는 첫 번째 기적을 이뤘고, 스크린수 확대라는 두 번째 기적을 이뤘고, 박스오피스 1위라는 세 번째 기적을 이뤘다. 제작 과정만으로도 이미 영화 같은 ‘귀향’ 신드롬 뒤엔 든든한 국민의 성원이 있었다.
‘귀향’은 1943년 벌어진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위안부 문제를 다루면서도 너무 아프지 않게, 아름다운 영화로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화의 완성도나 작품성과 별개로 이 영화는 국민이 나서서 극장에 걸어주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렸다는 점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조정래 감독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고 ‘귀향’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제작비가 문제였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었던 것. 이에 국민들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영화 제작비를 마련했고, 조정래 감독은 영화 제작에 돌입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렵게 개봉한 ‘귀향’이었으나 막상 개봉 날이 다가오자 또 다른 난항이 기다리고 있었다. 개봉관이 턱없이 작았던 것. 개봉만을 기다렸던 국민은 극장에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나섰다. 동시에 ‘귀향’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라는 ‘필람 무비’ 열풍이 일었다. 한일 위안부 협상이라는 사회적 이슈와 맞물린 부분도 있었고, 국민은 역사의식을 깨우는 개념 영화라며 스스로 마케팅을 전개했다.
국민의 성원에 힘입어 ‘귀향’은 적은 스크린수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예매율을 기록했다. 이렇게 되다 보니 꿈쩍 않던 극장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전 320개에 달하는 상영관이지만 실스크린수는 이에도 미치지 못했던 ‘귀향’은 개봉 날인 지난 달 24일 512개로 확대 상영되는 등 기적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시기적으로도 유리한 지점이 있었다. 3·1절을 통해 ‘귀향’에 대한 더욱 거세게 열풍이 불면서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한 지 11일인 5일 누적 관객수는 230만을 돌파했다. 최근 스케일이 작은 영화들이 100만 관객 고지를 넘지 못하고 극장에서 내려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귀향’은 여전히 예매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렇게 국민의 성원으로 인해 탄생한 ‘귀향’은 국민을 위한 영화이자 곧 국민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귀향’을 향한 국민의 뜨거운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귀향'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