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자신’은 건재했다. 쭉 뻗어 나오는 ‘두성’에 감성을 한껏 담은 호소력 짙은 보컬, 언제나 진심을 담는 듯 무섭게 집중한 표정, 어수룩한 말투로 던지는 심심한 농담도 꽤나 매력적이다. 어디 민경훈 뿐인가. 오랜 호흡을 자랑하는 멤버들이 만들어내는 밴드사운드가 버즈를 완성한다.
무엇보다 버즈를 빛내는 건 13년간 쌓아온 명곡들. ‘모놀로그(Monologue)’부터 ‘일기’, ‘겁쟁이’,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가시’, ‘투모로우’ 그리고 ‘쌈자신’을 탄생시킨 ‘남자를 몰라’까지. 무수한 히트곡을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팬들에게 꽤나 큰 선물이었다.
밴드 버즈(김예준 윤우현 신준기 손성희 민경훈)는 6일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단독 콘서트 ‘디 오리지널’을 개최하고 수천명의 팬들과 만났다.
이번 콘서트는 버즈가 지난해 11월부터 벌이고 있는 9년 만의 전국 투어 '디 오리지널'의 서울 앙코르 공연. 앞서 버즈는 지난해 12월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디 오리지널' 투어의 서울 공연을 개최하고 팬들을 열광시킨 바 있다.
포문은 ‘안녕’으로 열었다. 팬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버즈를 맞았고 민경훈은 “버즈 전국투어 앙코르 콘서트에 오신 여러분들, 감사하다. 오늘이 마지막 공연이다. 목이 터져라 노래 부르고 멤버들 역시 열정적으로 무대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첫 인사를 전했다.
허투루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버즈 멤버들은 열정을 불사르는 노래와 연주를 선보였고, 팬들은 뜨거운 환호로 화답했다. 민경훈만 노래를 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 멤버들은 유닛을 결성해 무대를 꾸미며 공연의 특별함을 더했다. 윤우현과 신준기가 이문세의 ‘소녀’를 불렀고, 김예준과 손성희가 에디킴의 ‘너 사용법’으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완성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팬들에게는 특별한 선물이었다.
공연 중 손성희는 ”올해로 데뷔 13년이 됐다. 정말 오래된 거 같다. 2003년도에 데뷔했는데 당시 22살이었다. 경훈이는 19살 고3이었다. 막내가 벌써 33인 밴드가 됐다”고 말했다. 민경훈은 이어 “매달 콘서트 하다보니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오래 공연할 수있도록 만들어주신 여러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많이 찾아와주신 분들에게 열심히 공연 보여드려야한다는 생각 가지고 있다”고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역시나 버즈 공연의 백미는 그간의 히트곡을 현장에서 직접 들으며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모놀로그’와 ‘일기’ ‘겁쟁이’, ‘너는 나의 꽃이야’, ‘나무’,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무대가 꾸며지자 팬들은 모두가 하나 되어 손을 흔들거나 자리에서 기립해 열광하기도 했다. 공연 말미에는 빠른 비트의 연주곡들이 연이어지면서 현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기도.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버즈는 ‘가시’를 불렀다. 무대가 끝나고도 팬들의 앙코르 요청이 끊이지 않자 다시 무대로 돌아온 버즈는 ‘남자를 몰라’와 ‘투모로우’, ‘8년 만의 여름’을 선물하며 무대를 마쳤다. 특히 '남자를 몰라'는 팬들의 '떼창'으로 뭉클함까지 더해졌다.
버즈는 이번 서울 앙코르 공연 뒤 제주 국제컨벤션센터 탐라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펼치는 것을 끝으로 4개월간 지속한 '디 오리지널' 투어를 최종 마무리한다.
한편 지난 2003년 데뷔한 버즈는 1집 타이틀곡 '어쩌면...'으로 가요계 및 팬들에 자신들의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이후 2집의 '겁쟁이'와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히트시켰다. 지난 2014년에는 8년 만에 원년 멤버 그대로의 재결합을 선언했고, 꾸준히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다./joonaman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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