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의 힘은 영원하고, 명가수의 추억은 강하다. ‘복면가왕’에 출연한 녹색지대 전 멤버 권선국과 이글파이브 출신 리치가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 번 추억을 소환했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은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오른 가수들 중에 안타깝게 1라운드에서 탈락한 가수들의 모습이 공개됐다. 이날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사람들은 추억의 가수. ‘사랑을 할 거야’, ‘준비 없는 이별’로 1990년대를 강타했던 녹색지대 멤버 권선국이 슈퍼히어로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올랐다.
내 마음의 보석상자는 ‘사랑해, 이 말밖엔’의 주인공 리치였다. 이글파이브 멤버로 10대에 데뷔한 후 2000년대 ‘사랑해, 이 말밖엔’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가수. 7년 만에 무대에 오른 리치의 명품 가창력은 왠지 모를 뭉클한 감정을 유발했다. 권선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무대를 장악한 권선국의 노래는 강렬했다.
두 사람의 무대는 이들을 그리워했던 시청자들을 반색하게 했다. 동시에 이들의 히트곡이 잠시 흘러나왔고 자신도 모르게 따라 부르게 되는 마법이 발생했다. 명곡이기에 찰나의 등장에도 그 가사와 선율에 울컥했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명곡의 힘이자, 명가수들에 대한 향수가 짙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때 그 시절을 살았던 이들에게 두 사람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따라부를 수 있는 친숙한 선물이다. 복면을 쓰고 열창하느라 땀범벅으로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는 가수들의 모습은 그 어떤 멋스러운 무대보다 아름답게 다가온다.
여기에서 ‘복면가왕’의 또 다른 재미가 나온다. 언제 들어도 흥겹거나 가슴을 울리는 추억의 명곡들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원곡 가수들이 부르는 모습의 영상을 통해서도, 가면을 쓴 가수가 흘러간 명곡을 부르는 무대를 통해서도 감동이 펼쳐진다.
‘복면가왕’은 다채로운 흥미 지점이 있다. 보통 잠시 잊었던 가수들과 아름다운 추억의 노래를 다시 만나는 기쁨은 물론이고, 복면 속 숨은 가수가 누구일지 추리하는 즐거움이 있다. 판정단의 농담 따먹기 속 억지 주장이 웃기기도 하고, 전문가로 여겨지는 작곡가들과 가수들의 전문적인 노래 분석도 제법 흥미롭다. 가수들의 남모를 사연을 만날 때는 뭉클함을 넘어 울컥하는 순간이 펼쳐지기도 한다. 무대를 지켜보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다시 유쾌한 분위기가 벌어지며 마냥 무겁지 않은 노래 경연의 맛을 살리는 요물 같은 ‘밀고 당기기’ 구성을 보이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일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