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열풍이다. 방송 3회만에 시청률 20%를 넘겼고 매회 자체최고시청률을 갈아치우며 괴물 드라마의 면모를 보여주는 중이다.
파병 군인과 봉사단 의사의 사랑을 다루는 이 드라마는 송중기와 송혜교, 진구와 김지원이 펼쳐놓는 아련하면서도 설레는 로맨스가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중. 특히 ‘파리의 연인’, ‘온에어’,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을 인기작으로 만들었던 김은숙 작가의 직설적이면서도 재기발랄한 대사는 또 다시 안방극장을 강타하고 있다.
분명히 어딘지 유치할 수 있지만 톡 쏘는 사이다의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대사. 어떻게 보면 흔히 말하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이고 연애 고수가 따로 없는 애정 표현법인데 잘생기고 예쁜 송중기와 송혜교가 소화하니까 용서가 된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군인들의 사랑을 다루는 드라마답게 분명히 딱딱할 수 있는 다나까 말투인데 끝을 살짝 부드럽게 만드는 송중기와 진구의 연기로 그 어떤 로맨틱한 표현보다 강도가 세게 다가오고 있다. 다만 이 대사들은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 특히 멋들어진 배우들이 소화해서 멋진 표현이라는 것. 실전에 사용했다가는 상대방을 크게 당황하게 할 수 있다.
# 1회: 미인과 노인과 아이는 보호
유시진(송중기 분)을 조폭으로 오해했던 강모연(송혜교 분)은 시진이 군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굳이 CCTV로 시진이 김기범(김민석 분)을 때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겠다고 나섰다. 두 사람은 CCTV를 확인하기까지 복도에서 단둘이 있게 되고, 첫 만남부터 마치 연인인 것처럼 티격태격하며 대화를 나눴다.
신분도 확실한데 꼭 확인해야겠냐는 시진의 말에 모연은 “살인범들은 대개 호감형이죠”라고 톡 쏘고 말았다. 참 농담 잘하는 유쾌한 남자인 시진은 “그건 그런 것 같네요”라고 농담하고, 모연 역시 “이 순간에 진지하면 내가 무섭죠. 여기 우리 둘밖에 없는데”라고 받아친다. 여기서 명대사 하나, 시진은 “미인과 노인과 아이는 보호해야 한다는 게 내 원칙입니다”라고 자신의 철학을 설명한다. 모연은 “다행이네요. 셋 중에 하나에는 속해서”라고 시진이 미인이라고 자신을 칭찬했다고 생각하지만, 시진은 “안 속하는데”라고 또 다시 짓궂은 농담을 건넸다. 모연이 당황하며 “노인이요”라고 발끈하는 모습은 설렘 유발 그 자체였다.
# 1회: 의사면 남친 없겠네요?
첫 만남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연인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말 빠른 전개다. 돌려가는 법 없는 직진 로맨스의 시작이다. 특전사인 시진은 삽질을 하다가 다쳤다고 거짓말을 하지만 모연은 상처가 단순한 타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치료를 하며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정말 똑바로 쳐다보며 이야기를 했다. 시진은 “주치의의 미모”라며 군병원이 아닌 모연이 있는 혜성병원으로 오겠다고 나섰다.
고개를 돌려서 모연을 쳐다보며 “의사면 남친 없겠네요? 바빠서”라는 돌발 질문을 하는 시진. 모연은 대답 대신 “군인이면 여친 없겠네요? 빡세서”라고 되물어본다. “대답은 누가 하나”라고 나지막하게 말하는 시진과 모연은 한동안 서로를 쳐다봤고 이 모습은 시청자들을 두근거리게 하는 이상으로 숨 막히게 만들었다.
# 2회: 미인이랑 같이 있는데 불 꺼지기 직전
이 남자, 이 여자 분명 ‘연애 고수’다. 어떤 농담에도 서로 당황하는 법 없이 당당하게 받아치며 서로에 대한 호감을 막 표현한다. ‘밀고 당기기’따위 없다. 영화를 함께 보러 온 시진과 모연, 물론 두 사람은 이 영화를 보지 못한다. 시진은 긴급 상황에 군대로 복귀한다. 나라를 지키느라 연애에서는 밑지는 장사가 많은 시진의 안쓰러운 상황의 연속이다.
모연은 “난 극장에 오면 이때가 제일 설레요, 불 꺼지기 바로 직전”이라고 애교 있게 말하고, 시진은 “난 태어나서 지금이 제일 설레요. 미인이랑 같이 있는데 불 꺼지기 바로 직전”이라고 맞장구쳤다. 이미 모연에게 노인이라고 농담했던 시진. 모연은 “노인 아니고요?”라고 되묻고, 시진 역시 그냥 넘어가는 법 없이 “어두워서 미인으로 잘못 봤습니다”라고 받아쳤다.
이번에는 나이로 말씨름이다. 이 커플은 서로 농담하다가 설레는 연애 장면을 여럿 만든다. 시진은 “아까 나한테 ‘야’ 그랬죠? 몇 살입니까? 내 나이는 차트 봐서 알 테고...”라고 모연의 나이를 물었다. 모연은 갑자기 어리숙한 말투를 연기하며 “아니 아까 그 상황은 오빠가 먼저 약올렸잖아요”라고 자신이 동생이라고 우겼다. 두 사람의 나이는 알 수 없다.
시진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지 못하며 “오빠구나”라고 말했지만 모연은 장난스럽게 “뻥인데. 내가 누나예요”라고 응수했다. 당황한 시진이 “아닌 것 같은데 민증 까봅니다”라고 말하며 “난 미성년자 아닌가 걱정했는데”라고 극한의 칭찬까지 했다. 시진의 농담이 생활화 돼 있는 성격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후 모연은 4회에서 시진과 싸운 후 농담이 듣고 싶었다며 장난을 걸기도 할 정도로 시진의 농담은 중독성이 높다.
# 3회: 방금 표정은 되게 궁금했는데?
생명의 존엄함을 중시하는 의사 모연, 평화를 위해 생명도 죽일 수 있는 남자 시진은 제대로 된 사랑을 시작하기도 전에 서로를 지웠다. 전쟁의 상처가 있는 우르크에서 재회한 두 사람. 모연은 윤명주(김지원 분)의 아버지이자 시진의 상관인 윤중장(강신일 분)이 시진을 사윗감으로 점찍었다는 말을 듣고 혼란스러워 한다. 묘한 질투심이 드러나는 모연이다.
모연은 “그래서 유대위님 입장이 어떤데요?”라고 시진의 마음을 물었다. 시진은 “내 입장이 왜 궁금합니까? 뻥 찰 때는 언제고?”라고 퉁명스럽게 말하고 모연은 “그냥 물어본 거예요”라고 당황하지만 시진의 장난스러운 공세는 멈추지 않는다. 시진은 또 다시 전매특허인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방금 표정은 되게 궁금했는데”라고 놀리며 모연을 보트에 태운다.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스킨십, 이어진 시진의 “잘 잡고 있어요. 날아가지 말고”라는 닭살스러운 말은 두근거리는 장면의 정점을 찍었다. 특히 해변에서 두 사람이 나눈 대화 역시 직설적이었다. 아름다운 해변을 보며 “홀려 본 적 있느냐?”는 모연의 질문에 시진은 “네. 있어요. 알텐데?”라면서 모연에게 푹 빠졌던 6개월 전의 과거를 생각하게 하는 답을 했다.
# 3회: 그럼 살려요
아랍 연맹 의장의 목숨이 위태롭고, 시진은 군은 개입하지 않는다는 명령을 받는다. 모연은 아랍 의장의 주치의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알리고 시진은 명령 불복종을 감수하고 모연의 편에 선다. 총구를 겨누는 긴박한 상황, 시진은 “살릴 수 있습니까?”라고 물으며 모연의 대답을 기다린다. 모연이 당황하자 “복잡한 이야기는 됐고 살릴 수 있는지 없는지만 대답해요. 의사로서”라고 몰아쳤다.
모연은 “살릴 수 있어요”라고 답했고, 시진은 어떤 망설임도 없이 상관과 주고받던 통신을 끊는다. 총구를 다시 겨누며 “그럼 살려요”를 외치고, 이어진 대치 상황은 분명히 극한의 위기였는데도 시청자들을 두근거리게 했다. 시진의 박력 넘치는 군인으로서의 모습, 좋아하는 모연을 믿고 명령 불복종을 감수한 남자로서의 자신감은 시진이라는 남자에게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 4회: 그 어려운 걸 제가 해냅니다
명령 불복종으로 구금된 시진. 자신 때문에 시진이 곤경에 처했다고 생각한 모연은 하염없이 눈물을 보인다. 창고 안팎에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사이에는 아련한 감정이 솟구친다. 시진은 그 와중에 농담을 하는 멋진 남자다.
“이 남자, 저 남자 너무 걱정하는 남자가 많은 거 아닙니까? 헤프게 굴지 말고 강 선생은 이 시간 이후 내 걱정만 합니다. 아까 보니까 강 선생은 전에 있던 말 진짜던데?”라고 이 와중에도 모연을 걱정하며 농담을 건넸다.
모연이 자신에게 했던 수술실에서 섹시하다는 말을 떠올리며 “수술실에서 섹시하다는 말...”이라고 모연을 위로했다. 모연은 “그런데 왜 그랬어요? 아까 그 상황 선택할 수 있었잖아요. 그렇게 안 될 수도 있었잖아요”라고 울먹이고 시진은 “말했잖아요. 미인과 노인과 아이는 보호해야 한다가 내 원칙이라고. 미인과 노인, 눈앞에 둘이나 있는데 보호 안 할 재간이 있나. 오늘 아주 용감했어요”라고 칭찬했다. 모연이 눈물을 쏟아내자 시진은 “C4나 RDX 부탁합니다”라고 또 다시 위로를 했다.
“폭탄입니다. 좀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방금 문 부수고 나가고 싶어졌습니다. 누구 때문에....”라는 시진의 농담은 울던 모연을 멈추게 했다. 이 와중에 농담이 나오냐는 모연의 타박에 “안 되는데,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냅니다. 내가”라고 또 다시 받아치는 이 남자의 매력은 끝도 없다.
# 4회: 방법이 없지는 않죠
군인 시진, 의사 모연은 또 다시 싸웠다. 군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명령 불복종을 했다는 시진, 물론 그 마음에는 모연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모연은 자신 때문에 시진이 징계를 받았다는 생각에 시진의 상관에게 달려갔고, 시진은 화를 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제대로 된 사랑을 하기도 전에 또 다시 삐걱거렸다.
숙소로 돌아온 두 사람은 부엌에서 마주했다. 답답한 마음에 와인을 벌컥벌컥 마시는 모연, 그 모습을 바라보며 시진은 또 다시 농담을 던졌다. 시진과 함께 보려고 했던 영화를 보지 않았다는 모연의 말, 그리고 시진은 모연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모연은 규정상 와인을 마시지 못하는 시진에게 “아 되게 먹고 싶은가봐요?”라고 와인병을 흔들며 장난을 걸었다. 그동안 수없는 장난을 하던 시진은 진지했다. 그는 “방법이 없지는 않죠”라고 말하며 모연에게 돌발 키스를 했다. 4회의 마지막 장면인 이 키스신은 전개상 엄청 빠르기도 했고, 불과 드라마상으로 몇 분 전 박터지게 싸웠던 이들이 펼친 것이라 더욱 심장을 굳건하게 때리는 장면이었다. / jmpyo@osen.co.kr
[사진]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