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수저계급론’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것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표현에서 비롯된 것. 부모의 재력을 날 때부터 타고난 이를 금수저로, 그러지 못한 이를 흙수저로 비유하면서 사회를 계급으로 나눴다.
최근에는 영화에도 수저계급론이 언급되고 있다. 예산이 큰 영화를 금수저 영화로, 중소 배급사거나 예산이 작은 영화를 흙수저 영화라고 칭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개천에서 용이 안 난다’는 사회적인 불신에 수저계급론이 대두된 것인데, 최근 영화 자체의 힘으로 개천에서 용이 나는 기적이 일어나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영화 ‘귀향’(감독 조정래)과 ‘동주’(감독 이준익)다.
‘귀향’은 1943년 벌어진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작품. 애초에 크게 흥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모든 위기를 극복하고 기적을 이뤄낸 건 국민의 힘 덕분이었다.
제작 과정부터 영화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연을 지니게 됐다. 조정래 감독이 제작비를 마련하지 못하자 국민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비를 마련해 14년 만에 겨우 극장에 올릴 수 있게 했다. 개봉 직전에도 난항이 계속됐는데, 큰 영화에 비해 스크린수가 턱 없이 적었던 것. 그러나 이번에도 극장에 적극적으로 항의한 국민의 성원으로 스크린수 확대라는 기적을 이뤄냈다. 여기에 국민 스스로 진행한 마케팅, 즉 반드시 봐야할 영화라는 ‘필람 무비’ 열풍이 불면서 현재 실시간 예매율 1위(7일 기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한 ‘귀향’은 지난 6일 누적관객수 260만을 돌파했다. 최근 작은 영화들이 100만 관객 돌파의 문턱에서 씁쓸하게 퇴장했던 것을 상기해보면 놀라운 수치다. 특히 ‘귀향’의 흥행은 대형 배급사도,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된 것도, 유명한 감독이나 톱스타가 출연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희망의 증거로 떠오르고 있다. 예매율 1위를 지키고 있는 현재 상황을 보면 ‘귀향’의 흥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귀향’과 비슷한 시기를 그린 ‘동주’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어둠의 시대 속에서도 시인의 꿈을 품고 살다 간 윤동주의 청년 시절을 다룬 작품. 지금까지 작품으로만 접했던 윤동주의 청춘을 시대와 결부해 사실적으로 그려냈고,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윤동주의 벗이자 독립운동가인 송몽규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진정성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이준익 감독은 철저히 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들어냈다. 촬영 회차도 짧았고 영화는 화려하지 않게 흑백으로 제작됐다. 여기에 국민은 잊어서는 안 될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필람 무비로 ‘동주’를 언급했다.
특히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입소문이 이어지면서 ‘동주’는 박스오피스 순위를 역주행했다. 지난 달 17일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3주차인 현재 박스오피스 5위를 기록하고 있다. 화려한 홍보 활동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영화가 주는 울림이 관객들에게 제대로 어필된 셈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귀향', '동주'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