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부터 현재 돌풍 중인 '귀향'까지. 무엇보다도 진정성을 가진 영화가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 영화들이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귀향'은 개봉 9일 만에 200만 관객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흥행이었다.
여타의 상업영화들에 비해 턱없이 적은 예산, 그리고 입이 떡 벌어질만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귀향'은 '데드풀'은 물론이거니와 '갓 오브 이집트' 등 할리우드 영화들을 제치며 연일 박스오피스 1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귀향'의 성공은 영화가 가진 진정성의 힘 때문으로 풀이된다. '귀향'은 1940년대, 어디인지도 모른 채 끌려가야 했던 위안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영화는 위안부로 희생됐던 소녀들의 넋을 고향으로 돌아오게끔, 그리고 그 넋을 위로하고자 하는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위안부는 자세히는 몰라도 전 국민이 모두 알고 있는 소재. 게다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대변하는 소재인만큼 '귀향'의 메가폰을 잡은 조정래 감독은 자신의 진심을 영화에 녹여냈다.
마냥 아프지만은 않게, 하지만 잊을 수는 없게끔 만든 조정래 감독의 진심은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나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에 성공, 흥행 돌풍의 중심에 서게 됐다.
사실 '귀향'처럼 작은 영화들이 성공한 적은 여러 차례 있었다. 그것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모두가 기억하듯, 몇 편의 영화들이 전 국민적인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파장도 컸다.
'워낭소리'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이 그랬다. 두 편 모두 다큐멘터리식의 영화로 '워낭소리'는 할아버지와 그들이 키우는 소에 대한 이야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역시 노부부의 이야기를 다루며 극장을 찾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힌 바 있다.
두 영화 모두 '진짜' 이야기가 지닌 진정성의 힘으로 돌풍을 만들어냈다. 가짜가 아닌 진짜라는 점, 그리고 이 진짜 이야기를 다루는 감독의 작지만 큰 정성이 영화 팬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그간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은 수두룩했다. 국내 영화 시장이 커지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들 역시 많아졌고 자연스레 천만 영화들의 탄생은 매년 있어왔다. 대부분 덩치가 큰 영화들이었다. 덩치 큰 영화들은 볼거리적인 면에서나, 스토리적인 면 등 다양한 재미를 충족시키며 관객들을 매료시켰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덩치 큰 영화들의 예산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예산으로 만들어진 '워낭소리'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그리고 '귀향'까지. 이들이 이토록 흥행하고 있는 건 결국에 영화는 '돈'이 아닌 '진정성'이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 trio8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