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이 왕이 되기 위한 독기를 품었다. 이제 조선에 피바람이 분다.
지난 7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45회에서는 정도전을 도모하기 전, 오랜 고민에 빠져드는 이방원(유아인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성계(천호진)가 직접 나서 요동정벌을 위한 사병혁파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이방원은 오히려 숙적이 되버린 스승 정도전(김명민)을 찾아가 한약을 건네며 건강을 걱정했고, 배다른 동생이자 조선의 세자인 방석(정윤석)에게 벼루를 선물하며 말동무를 자처했다.
이는 자신이 생각한 것을 그대로 실천에 옮기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는 결국 역사처럼 '왕자의 난'을 일으켜 아버지 이성계에 반하고, 스승이었던 정도전을 도모함은 물론, 혈육인 동생 방석을 죽여야 하는 이방원의 앞으로의 행동에 이해를 돕기 충분했다.
조선의 역사에 등장하는 '왕자의 난'이다. 다만, 역사 속에서 이에 앞서 병으로 숨을 거두는 조영규(민성욱)의 모습은, 드라마를 위해 탄생한 가상의 인물 척사광(한예리)에 의해 살해 당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자연스럽게 이는 그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냈던 이방원의 충격과 각성으로 이어졌다.
유아인은 이미 이방원 그 자체를 연기하고 있다. 또한 이미 시청자는 정도전이 아닌 이방원의 편에 서서, 응원의 목소리를 더하고 있는 상황. 당초 역사 속 이방원을 '킬방원'이라 부르며 스승과 혈육을 살해한 잔혹한 왕으로 그린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이는 온전히 '육룡이 나르샤'와 이방원을 연기한 유아인의 힘이었다.
이제 '육룡이 나르샤'는 종영까지 5회가 남았다. 남은 5회 동안 이방원은 정도전과 방석을 죽이고, 또 한 차례 왕자의 난을 통해 피냄새를 물씬 풍겨야 하는 상황. 다만, 어린 시절부터 오랜 성장기를 그려내고, 그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충분하게 담아낸 현재, 이방원의 피의 각성이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한편,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 군주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이야기를 다룬 사극이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 / gato@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