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신인인가 했는데, 벌써 5년째 차근차근 연기의 길을 밟아온 배우였다. 그래서일까. ‘태양의 후예’ 속 김민석은 신선하면서도 어디서 본 듯한 친숙한 매력으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민석은 송중기, 진구와 악연으로 시작해 현재는 끈끈한 전우애를 나누며 ‘태양의 후예’의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있는 우르크로 파견 온 송혜교와도 남다른 인연을 자랑하는 인물로, 나름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그가 맡은 김기범 역은 치열한 경쟁률을 자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역시나 3차까지 진행된 오디션 끝에 ‘태양의 후예’에 합류할 수 있었다는 후문. 김민석은 OSEN과 만나 여전히 들뜬 소감을 전했다.
“비중 있는 역할이다 보니까 오디션 장에 갔을 때 복도까지 줄을 서있었다. 3차 오디션 때는 MT를 갔는데, 주연 배우들이랑 김은숙 작가님, 이응복 감독님까지 7명이 MT를 갔었다. 그때까지도 확정된지 몰라서 편하게 제 맘대로 하고 놀다. 그냥 거기 편하게 있다고 왔는데 신기했다. 추억의 ‘올인’의 송혜교가 앞에 있고 누나라고 부를 수 있고, 김은숙 작가님도 옆에 계시니까 속으로는 되게 겁먹었었는데 안 그런 척 했다.”
이토록 치열한 오디션을 뚫고 행운의 주인공으로 낙찰된 배우 김민석의 매력은 꾸미지 않은 솔직함 이였다. 일말의 거짓도, 가식도 없는 그의 모습이 다소 철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김기범 캐릭터와도 어느 정도 닮아있었다.
“원래 거짓말을 못한다. 속 보이는 짓은 하지 말자라는 게 저의 신념이라 거짓말을 잘 안 하고 척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번 역할은 너무 하고 싶어서 오디션장에 남의 대사 지문까지 총 7페이지를 다 외워갔다. 그런데 이응복 감독님께서 ‘그냥 너야. 연습하지마’라고 하시더라. 이런 경우는 거의 없어서 ‘뭐지?’ 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특히 ‘태양의 후예’는 인적이 드문 태백의 산꼭대기에서 촬영이 진행된 만큼 배우들의 사이가 돈독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덕분에 김민석 역시 우상과도 같았던 선배들과 한 발자국 가까워질 수 있었다.
“제가 혜교 누나를 처음에 되게 무서워했는데 알고보니 ‘츤데레’더라. 별명도 ‘송데레’ 지어줬다. 뒤에서 잘 챙겨주시고 여자 배우라 까다로울 줄 알았는데, 그런 건 하나도 못 느꼈다. 남자보다 더 잘 참고 투정도 하나도 없고 제일 군인 같았다. 다들 혜교 누나 촬영하는 모습 보려고 촬영장에 뛰어가서 ‘와 예쁘다’라고 했다. 중기 형은 상남자라면, 진구 형은 장난꾸러기다. 지원이는 두 살 동생인데 누나라고 하고 싶다. 걔처럼 어른스러운 애는 처음 봤다.”
사실 그는 Mnet ‘슈퍼스타K’에서 꽃미남 횟집조리사로 먼저 얼굴을 알린 바 있다. 가수를 꿈꾸는 오디션을 통해 데뷔한 그가 연기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닥치고 꽃미남밴드’라는 드라마를 찍었는데, 사실 그때도 가수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는 막연히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작품을 계기로 연기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됐다. 그래서 나중에 후회를 하더라도 배우의 길을 걷겠다고 결정했다. 그 뒤로 혼자 단편 영화나 웹드라마를 찍고 오디션 보러 다니면서 혼자 고생 많이 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무명 생활을 끝내고 ‘태양의 후예’를 통해 빛을 보기 시작한 김민석은 영화 ‘소중한 여인’에 합류하며 곧바로 차기작을 결정했다.
“이번에는 했던 캐릭터들이 밝고 가벼웠다면, 이번에는 180도 다른 역할이다. 내가 연기하며 느낀 감정으로는 외롭고 고독한 친구다. 모니터를 보고 장난기가 하나도 없는 내 모습을 보니까 신기했다. 연기 인생에서 가장 큰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처음에는 부담도 됐지만, 요즘엔 편하게 촬영하고 있다.”
동안인 얼굴 탓일까. 김민석은 20대 중반의 나이에도 줄곧 고등학생 역할을 맡아왔다. 누군가는 부러워할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나이 대를 소화해야 하는 배우로서는 큰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을 터.
“작년까지는 고등학생 역할 하는 게 싫었다. 나이를 먹었는데 고등학생들이 할 법한 대사들을 보면 이해를 못하겠더라. 대사를 읽어도 이게 아닌 걸 아니까 힘들더라. 하지만 아직까지 학생 역을 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인 것 같다. 이제는 성인 연기 하고 싶다. 글(대본)만 좋으면 뭐든 상관없지만, 그동안 작품에서 로맨스가 없었다. 상대 여배우가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김민석은 도화지와도 같다. 이제 막 출발선상을 떠난 만큼, 그려낼 수 있는 그림이 무한한 것. 앞으로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끊임없이 변신을 꾀할 그의 이름 앞에는 과연 어떤 수식어가 붙게 될까.
“수식어를 붙이기보다 ‘배우’라는 타이틀을 붙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배우 김민석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지나가다가 ‘쟤 연기 잘하잖아’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꿈이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