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흥미로운 것은 비단 송중기(유시진 역)와 송혜교(강모연 역), 진구(서대영 역)와 김지원(윤명주 역)의 로맨스뿐만이 아니다. 끈끈한 전우애로 뭉친 송중기와 진구의 ‘브로맨스(브라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를 합친 남성간의 우정)’가 있기 때문. 극중 군인인 송중기와 진구가 서로를 배려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장난과 위로는 로맨스 못지않게 설렘을 유발한다. 유쾌한 농담이 생활화돼 있는 시진, 우직하지만 시진에게 점점 물들어 장난기가 다분해지는 대영의 관계는 드라마의 재미를 높인다.
# 1회: 여자친구 되게 예쁩니다
소매치기 김기범(김민석 분)을 소탕한 후 인형 가게 사장(이광수 분)에게 받은 귀여운 인형 두 마리(?)를 들고 커피숍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지나가던 여자들이 힐끗힐끗 쳐다보자 민망한 시진과 대영은 입을 뗐다. “여자친구 되게 예쁩니다”라고 놀리는 시진에게 “제 이상형을 만난 것 같습니다”라고 받아치는 대영. 잘못을 저질렀지만 오토바이에서 떨어져 다쳤을까봐 걱정하는 대영의 모습에 시진은 “이렇게 마음이 약한데 전직이 어떻게 깍두기지?”라고 대영이 과거 어둠의 세계에 몸담았다는 것을 놀려댔다. ‘태양의 후예’에서 인물 관계를 모두 설명하는 장면이었던 커피숍 대화는 명주와 대영의 관계까지 유추할 수 있었다.
명주의 전화를 피하는 대영, 명주는 두 사람이 함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진이 전화를 받으려고 하자 “고기 사겠습니다”를 황급히 외친다. 결국 소개팅으로 협상 완료. “사촌동생 비행기 탑니다”라는 대영의 말에 “공군입니까?”라고 간을 보는 시진. 대영은 “스튜디어스입니다. SNS에 동기들 사진 있습니다”라고 예쁜 여자를 소개시켜주겠다고 제안을 했다. 두 사람이 친밀해서 나올 수 있는 장난은 유쾌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 1회: 명예롭지 못한데?
명주의 사진이 가득해서 꼭 찾아야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영의 휴대폰. 휴대폰을 찾기 위해 시진과 대영은 모연이 일하는 혜성병원을 찾는다. 여기서 시진과 모연의 사랑이 시작되지만 동시에 시진과 대영의 끈끈한 관계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휴대폰을 훔친 기범이 도망갔다는 말에 시진이 대영만 밖으로 내보내려고 꼼수를 부렸다. 맹장이 터진 것 같다며 배가 아프다고 ‘발연기’를 하는 시진, 대영은 정말 침착하게 “(맹장) 그쪽 아닙니다”라고 일갈을 했다. 다른 쪽 배를 움켜쥐는 시진의 모습을 보며 “맹장 아까 그쪽 맞습니다”라고 다시 놀리는 대영의 모습은 웃음이 터졌다.
시진은 투덜투덜거리며 “폰 꼭 찾아야겠습니까?”라고 대영이 왜 휴대폰을 찾으려고 하는지 물어봤고 대영은 “찾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시진은 “누가 보면 그런 거라도 있는 겁니까. 명예롭지 못한데? 좋은 것?”이라고 놀려댄 후 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어이 거기 형님들. 에브리바디 동작 그만”을 외치며 기범을 붙잡고 있는 폭력배들을 돌려세웠다.
대영이 왜 명주와 헤어졌는지, 대영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시진이기에 휴대폰을 꼭 찾으려는 이유도 알고 있을 터. 두 사람은 그렇게 특전사의 면모를 보여주는 싸움 실력을 자랑하며 폭력배를 잡아들였다. 물론 정의감이 넘치는 시진이 한꺼번에 덤비라고 말하면서 칼까지 등판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였다. 대영은 “왜 쓸데 없는 말을 하고 삽니까?”라고 면박을 줬고 시진은 여전히 당황하지 않고 “후회하는 중입니다. 총 꺼내는 놈은 없지 않습니까”라고 웃음을 보였다.
# 1회: 호기심을 목숨이랑 바꿔 임마
모연을 만나기 위해 1시간 30분이나 걸려 혜성병원을 가겠다는 시진의 모습을 본 대영은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군병원에 미녀 의사가 없습니다”라고 흑심을 잔뜩 드러내는 시진. 눈치 없고, 심지어 정보까지 없는 한 부하는 “윤명주 중위 겁나 예쁩니다”라고 외쳤다. 당황하는 시진, 표정 관리가 안 되는 대영. 시진은 “야 임마 호기심을 목숨이랑 바꿔 임마”라고 거울 뒤로 그 부하를 밀어넣는 장난을 했다. 군대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두 남자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우정이다.
# 2회: 지나가는 중에 잠깐 부딪히나 봅니다
우르크로 파병을 온 두 사람. 각각 모연과 명주를 잊고 조국의 명예를 지키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우르크 술집 미녀의 윙크를 서로 자신한테 한 것이라고 투닥거리기면서 말이다. 모연이 의료팀 봉사단으로 온다는 것을 알게 된 대영. 대영은 “팀장으로 오시는 분 그 의사분 아닙니까”라고 묻고 시진은 당혹스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대영은 “지나가는 인연은 아니었나봅니다”라고 위로를 하고, 여기서 이 드라마의 잊지 못할 명대사가 나왔다. 시진은 “지나가는 중에 잠깐 부딪히나 봅니다”라고 모연과 앞으로도 잘되지 않을 것 같다는 슬픈 예감을 했다. 시진의 “지나가는 중에 잠깐 부딪히나 봅니다”라는 말은 모연과 공항에서 재회한 후 스쳐지나가는 두 사람의 장면에서 다시 한 번 낮게 깔리며 시청자들을 두근거리게 했다.
# 3회: 저도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는 중이지 말입니다
시진은 앞서 2회에서 모연과 데이트를 하며 “남자답게” 모연을 많이 생각했다고 두근거리는 말을 했다. 시진은 “남자답게”, “명예롭게”라는 말을 평소에 참 많이 하는 남자. 유쾌한 장난을 하지만 그가 군인으로서의 사명감이 투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말버릇이다. 그런데 3회에서는 장난기 가득한 “남자답게”였다. 명주가 보낸 선물 상자를 뜯지 않는 대영. 시진은 뜯어보자고 부추기고 대영은 “사제 폭탄 가능성이 커보입니다”라고 농담했다. 시진은 “사나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습니까”라고 호기롭게 말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이어 “뜯어봅니다. 남자답게”를 말하는 시진의 귀여운 매력은 명주와 관련 있는 일이 생길 때마다 아련한 표정을 드러내는 대영의 표정과 함께 시선을 강탈했다.
시진은 재회의 기쁨을 지뢰 장난으로 승화하는 ‘클래스’가 남다른 남자였다. 모연은 그만 눈물을 터뜨리고, 시진은 크게 당황했다. 자신의 목에 칼날이 들어와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대범한 남자가 모연의 눈물에 어쩔 줄 몰라하며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대영은 “무슨 일 있었습니까”라고 물었고 “울렸습니다”라고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시진. 대영의 장난기가 발휘됐다. 그는 “그새?”라고 놀려댔고 시진은 “저도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는 중이지 말입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시진과 대영은 서로에게 ‘큐피트의 화살’이 되고 있다. 대영은 시진과 모연이 함께 있을 수 있도록 인터넷 사용이 필요한 모연을 시진에게 떠밀고, 시진은 대영의 명주와의 힘겨운 사랑을 지지하고 있다.
# 4회: 직속상관이 내린 명령은 옳았습니다
명예로운 군인이 되기 위해 명령 불복종을 택한 시진. 구금된 시진을 찾아온 사람은 당연히 대영이었다. 명주 아버지인 윤중장(강신일 분)의 부당한 명령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대영은 시진을 찾아가 “제 도망은 의지가 아니라 명령입니다. 이런 상황에 먼저 가서 죄송합니다. 전출신고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시진은 “보직해임돼서 직속상관도 아닌데...”라고 신고를 하지 말라고 했고, 대영은 “직속상관이 내린 명령은 옳았습니다. 오늘 직속상관이 내린 모든 명령은 명예로웠습니다. 본국에서 뵙겠습니다”라고 끝까지 시진을 직속상관으로 여겼다. 두 사람이 군대 계급 차이로 인한 상하 관계를 넘어 서로에게 크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 여자 때문에 얼마나 쓰시는 겁니까
두 사람의 사랑은 힘겹다. 자신 때문에 시진이 명령 불복종을 했다고 받아들인 모연. 시진은 명예로운 군인이 되기 위함이었다고 모연의 미안한 감정에서 비롯된 오지랖을 탓했다. 두 사람은 싸웠고 모연은 울면서 부대로 돌아갔다. 같은 시각 자신을 따라 우르크로 온 명주를 남겨둔 채 한국으로 돌아온 대영은 명주가 걱정돼 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영은 “명주는 보셨습니까”라고 묻고 시진은 “그게 중요합니까. 저는 진급도 못하고 감봉됐단 말입니다”라고 귀여운 질투를 했다. 대영은 “당연히 감봉되고도 남지 말입니다. 대체 여자 때문에 얼마를 쓰시는 겁니까”라고 농담하며 위로를 했다. 시진은 “여자 때문이 아니라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는 군인으로서”라고 말했지만 대영은 “자국민이 예쁘니까”라고 놀렸다.
시진은 “아니 이 양(냥)반이”라고 발끈했고, “이러려고 전화한 겁니까”라고 응수했다. 대영은 “이러려고 한 건 아닌데 전화한 김에 이러는 겁니다. 명주는 보시긴 한 겁니까”라고 ‘기승전명주’의 면모를 보여주며 시진의 속을 긁었다. 결국 시진은 “서 상사 국제전화비가 얼마인지나 아십니까. 여자 하나 때문에 얼마나 쓰시는 겁니까”라고 말하며 끊어버렸다. 초등학생 못지않은 유치한 장난이다. / jmpyo@osen.co.kr
[사진]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