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어 시작했던 혁명이었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 놓고 웃을 수 있게 하는 그런 정치를 꿈꿨다. 하지만 결국 평생을 함께 한 소중한 동지이자 형을 떠나보냈다. 죽는 순간까지도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끈끈하고 애틋했던 민성욱과 유아인에 안방 시청자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난 7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45회에서 이방원(유아인 분)은 12살 어린 나이에도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지르며 스스로 행동했던 것과는 달리 동네 꼬마처럼 명나라의 힘을 빌려 정도전(김명민 분)을 치려했다는 사실에 굴복감과 열패감을 느꼈다.
그리고 정도전에게는 보약을 지어주고, 동생 방석에게는 벼루를 선물했다. 이렇게 이방원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민다경(공승연 분)은 조영규(민성욱 분)에게 반촌의 무기를 더 확보해놓도록 은밀히 지시했다. 사병을 혁파한 상황에서 이 같은 행동이 발각이라도 된다면 이방원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아는 조영규는 조심스레 무기를 정비했다.
그런데 때마침 척사광(한혜리 분)이 기르던 꼬마아이가 창고에 들어왔고, 조영규는 칼을 들었지만 고민 끝에 아이를 살려주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척사광은 위험을 감지하고는 단칼에 조영규를 칼로 베고 말았다. 이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전개였다. 역사적으로 조영규는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죽음은 안방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조영규는 숨이 끊어지는 순간에도 무휼(윤균상 분)에게 "문 닫아. 들켜"라고 말했는데, 이는 끝까지 이방원의 안위만 생각하는 그의 지극한 충심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조영규는 이방원이 어렸을 때부터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인물로, 친형제보다 더 깊은 우애를 자랑해왔다. 늘 이방원의 옆을 지키며 깨알같은 재미와 우직함을 선사하며 '육룡이 나르샤'에서 없어선 안되는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도화전 전투, 선지교 비극 등에서 그가 보여준 존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크기를 자랑한다.
그렇기에 조영규의 주검 앞에서 이방원이 흘린 가슴 시린 오열은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아프게 만들었고, 이는 곧 '왕자의 난'을 일으키는 이방원의 각성에 설득력까지 입혔다. 스승인 정도전과 동생을 죽이게 되는 이 피의 전쟁이 단순히 왕의 자리에 대한 권력욕 때문만이 아님을 보여주는 중요한 회차가 된 것.
연인보다 더 애틋한 형제애를 보여준 이방원과 조영규. 그리고 이방원은 결국 조영규가 목숨을 바쳐 마련해준 기회를 놓치지 않고자 정도전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길고 긴 시간 시청자들을 기다리게 만든 '킬방원'이 드디어 재림하게 되는 것. 이제 종영까지 단 5회만을 남겨 놓고 있는 가운데 유아인 표 이방원은 또 어떤 책력과 연기력으로 안방에 전율을 선사할 지 기대가 앞선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