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한때는 ‘반지 키스’ 세레모니를 펼치며 그라운드를 누비던 촉망받는 축구선수였다. 하지만 얼굴도 잘생긴 데다 입담 실력까지 갖춰 이제는 예능계를 이끌어갈 ‘예능 대세’로 떠올랐다.
사실 그가 축구선수를 은퇴하고 방송인이 되겠다고 본격적으로 발표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김성주와 콤비를 이뤄 축구중계를 했고 우연한 기회로 하나둘씩 예능에 출연하다보니 어느덧 방송인이라는 위치에 서게 됐다.
결국 건강상의 이유로 잠정 하차한 정형돈의 빈자리였던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메인 MC자리까지 꿰찼다. 이는 정형돈 못지않게 절친한 김성주와 ‘쿵짝’이 잘 맞는 호흡을 보여줬기 때문이리라. 그 케미스트리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서도 증명됐다. 생방을 진행하는 5개의 팀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안정환은 또 KBS2 예능 ‘인간의 조건-집으로’에도 고정 멤버로 활약 중이다.
그 기세를 모아 JTBC ‘쿡가대표’에서도 김성주와 만나게 됐고, 국민 MC로 통하는 강호동과 진행을 맡는 쾌거를 누리게 됐다. 이 모두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진 일이나 모두가 안정환이 잘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전성기 때 외모를 유지하고 있진 않지만 여전히 잘생긴(?)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도 적재적소에 걸쭉한 멘트를 뽑아내는 순발력, 여기저기서 공격을 해와도 기죽지 않는 오픈 마인드, 까다로운 듯하면서도 솔직한 면모가 안정환의 강점이다. 아무래도 앞으로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를 계속해서 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냉장고를 부탁해’만 봐도 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속 시원한 직설 화법을 구사하며, 김성주와 불꽃이 튀는 케미를 빚어 활력을 불어넣는다. 지난 7일 방송에서도 자신이 말실수를 하자 스스로 경고카드를 내미는 ‘셀프 디스’를 감행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또 방송에 정평이 난 김성주도 생각지도 못한 농담을 적재적소에 찔러 넣어 웃음을 안기기도 한다. 날이 갈수록 그의 예능감이 들고 있는 것이다.
연출을 맡은 성희성 PD는 그의 예능감을 극찬했다. “본인도 김성주와 케미가 잘 맞아서 미리 얘기하는 게 많다.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여기에 안정환이 본인의 능청스러움을 잘 녹여냈다”고 밝혔다.
안정환은 꾸미지 않은 인간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많은 예능인, 방송인들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대한민국 방송가에서, 안정환은 자신을 포장하려하거나 굳이 잘 보이기 위해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같은 솔직함에 다수의 시청자들이 마음을 연 것으로 보인다.
이쯤되면 안정환의 방송가 진출은 쾌청하다고 할 만하다./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