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음악 예능에 대한 방송사들의 공급은 꾸준히 이루어져왔지만, 지난해부터 물량 공급이 배로 늘어나 수요와 공급이 균형점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확실한 차별성이 없으면 실패할 확률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노래를 즐기고 경연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따라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면 만족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터다. 예를 들면 뷔페에서 첫 번째 음식을 먹었을 때 엄청난 만족을 가져다주지만, 두 번째 음식 이후의 만족감은 첫 번째의 만족감에 비할 수 없게 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지난해 설 연휴 파일럿으로 방송된 MBC 예능 ‘복면가왕’은 흔한 음악 서바이벌이 아니었기 때문에 호평을 받았다. 너무 진지해서 보기 힘들지도, 너무 가벼워서 몰입도가 없지도 않았다. 적당한 긴장감과 적절한 예능요소가 합쳐졌다. 또 외모가 최고라는 선입견도 보기 좋게 깨버렸다. 인지도에 따른 편견이 없이 복면에 가려진 채 오직 목소리 하나로만 대결하고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 정의사회 구현을 외치는 우리의 현 가치와 맞아 떨어졌다.
‘복면가왕’은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인기행보를 걷고 있다. 더불어 판정단과 시청자들은 복면을 쓴 가수가 누구인지 맞히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으로 재미를 더한다. 최근에 제작진은 해외 팝가수까지 캐스팅해 화제성을 높였다.
MBC에는 또 하나의 음악 예능이 첫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듀엣가요제’는 지난해 추석과 올 설 연휴에 명절 특집으로 전파를 타면서 관심을 모았는데, 시청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정규 행을 확정했다. 가수와 일반인의 무대라는 ‘듀엣가요제’가 색다른 콘셉트로서 음악 예능의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식상하다고 느끼면 금세 마음이 바뀌는 시청자들이 언제까지 이 프로그램들에 관심을 드러낼 수 있을지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수들이 다양한 장르의 명곡을 재해석해 부르는 KBS2 ‘불후의 명곡’도 선배와 후배 간의 벽을 넘고 소통을 마련하는 계기로 인정받으며 2007년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고,
짧은 전성기를 남기고 사라졌지만 역주행송으로 재탄생시켜 대결을 펼치는 JTBC ‘슈가맨’도 적잖은 재미를 준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가수를 볼 수 있어서 반갑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출연한 가수가 누구인지 몰라 공감할 수 없었다는 반응도 더러 있다.
더불어 SBS 파일럿 ‘신의 목소리’도 정규 편성을 확정짓고 이달 30일 오후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K팝스타’도 지난 2011년 첫 방송된 이후부터 5년째 뛰어난 실력자들의 발굴과 무대 연출로 음원 차트를 점령하고 있다. 스타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지닌 예비 스타들을 발굴해내며 음악 예능의 묘미를 잘 살려냈다는 평가다.
문화평론가 하재근은 OSEN에 “단순히 노래를 들려주는 것에서 벗어나 어떠한 방식으로 노래를 들려줄까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구성해야 한다. 노래자랑으론 더 이상 인기를 끌 수 없다.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수들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했다. “기존의 가수들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기존의 모습을 또 다시 보여주면 분명 식상할 것이다. 이제는 같은 음악 예능이라도 새로운 매력을 드러내야 시청자들이 반응을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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