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액션 활극.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지만, 이는 애초에 무리였던 모양이다. ‘무림학교’가 난항을 면치 못하고 지난 8일, 끝내 씁쓸하게 종영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만화 같은 장면 연출과 유치한 전개로 휘청거렸던 초반 분위기는 제작사와 방송사 간의 갈등과 잡음으로 기 한번 펴지 못한 채 고꾸라졌고, 그 분위 그대로 최종회를 맞았다.
남은 것은 민망할 정도로 소화하기 어려운 배역을 그나마 훌륭하게 그려낸 청춘 배우들뿐이다. 난감하고 어려운 상황, 게다가 비현실적인 캐릭터에 몰입이 쉽지 않았을 텐데. 고생 참 많았다. 이현우, 서예지, 홍빈, 정유진까지. 박수 받아 마땅하다.
KBS 2TV 월화드라마 '무림학교'(극본 김현희 양진아, 연출 이소연)는 한류스타였으나 추락한 가수 윤시우(이현우 분), 중국 재벌 아들 왕치앙(이홍빈 분)이 어느 날 무림학교 학생인 순덕(서예지 분)와 선아(정유진 분)를 만나 무림학교에 입학하며 펼쳐지는 글로벌 청춘액션 드라마. 취업과 스펙 쌓기가 목적이 아닌, 정직, 신의, 생존, 희생, 소통, 관계 등 사회에 나아가 세상에 맞설 수 있는 덕목을 가르치는 특별한 인생 교육을 깨우쳐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학교’ 시리즈는 물론 ‘드림하이’, ‘후아유’ 등 시즌마다 학원물로 흥행을 거둔 KBS가 야심차게 내놓는 드라마였고, 화려한 무술과 액션이 예고됐다. 연출을 맡은 이소연 PD는 “‘무림학교’를 만들 때 기존 다른 드라마가 생각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며 차별화까지 시켜놓은 바다.
뚜껑이 열린 ‘무림학교’는 PD의 바람처럼 기존 다른 드라마들을 떠올릴 수 없었다. 인물과 사건 간의 부족한 개연성 탓에 유치할 수 있는 장면들은 애니메이션만도 못한 그림으로 보여지고 말았다. 눈을 의심케 하는 CG는 그나마 잠시 눈을 머물게 하는 ‘병맛’ 재미를 제공하며 5%대 시청률을 유지시켰지만, 이마저도 회가 거듭될수록 떨어졌고 결국 3% 선까지 붕괴되고 말았다.
결정타는 제작진과 방송사 사이에서 세어나온 잡음이었다. 지난 1월 26일 방송이 막 시작되고 있을 당시 제작진과 방송사의 갈등으로 20부작이었던 드라마가 4회가 줄어든 16회로 조기종영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이후 떨어질 자리도 없을 것 같던 시청률이 또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배우들에게는 조기종영이 차라리 잘 된 일일 수도 있을 테다. 빨리 이 작품을 정리하고 다음 작품 준비에 돌입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그나마 무림학교가 남긴 것은 청춘배우들이다. 배우들만은 빈틈없는 연기를 보여줬다. 약 1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배우 이현우는 까칠한 톱스타가 따뜻한 남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안정적으로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고, 서예지 역시 이질감 없이 심순덕 역을 말끔하게 소화해내며 여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높였다.
첫 주연을 맡은 빅스 멤버 홍빈은 아이돌 멤버임에도 빈틈없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첫발을 제대로 내디뎠다. 정유진 역시 매력적인 마스크와 인상적인 인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은 바다.
한편 ‘무림학교’ 마지막 회에서는 시우가 믿음으로 치앙과의 우정을 지켜내고, 순덕과 결혼하는 해피엔딩을 맞았다./joonaman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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