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하구나, 방원아.”
심장이 터질 것 같던 엔딩이었고, 단 한마디로 숨이 멎는 예고였다. ‘육룡이 나르샤’ 김명민이 내뱉은 마지막 한마디는 사제 관계에서 정적으로 변한 유아인과의 비극의 역사를 단번에 느끼게 했다. 이미 역사를 알고 보는 드라마라지만, 김명민의 대사는 역사만큼이나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 군주 이방원(유아인 분)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이야기를 다룬 사극이다.
극 초반 배경인 부패한 고려 말 어린 이방원은 정도전(김명민 분)을 ‘잔트가르’(최고의 사내)라며 존경했다. 그것은 아버지 이성계(천호진 분)를 뛰어넘는 찬사였고, 정도전을 자신의 스승으로 모셨다. 정도전의 새 나라 계획에 자신이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갖고 살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그러나 사제 관계였던 이방원과 정도전의 사이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선을 건국한 후의 일이다. 정도전이 꿈꾸는 미래에는 이방원의 자리가 없었던 것. 즉 이방원은 강력한 왕권을 주장했지만, 정도전은 왕을 견제하고 신하들이 이끄는 정치를 꿈꿨다. 이에 이방원은 허탈감을 느꼈고 결국 정도전에게 등을 돌렸다.
이방원이 ‘형제의 난’을 일으키고 손에 형제들의 피를 묻힌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 널리 알려진 일이다. 지난 8일 오후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 46회에서는 이방원이 정도전을 죽이고 궐을 장악하겠다는 계획을 실행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이방원의 폭주에는 평소 형제보다 더 막역하게 지내던 조영규(민성욱 분)의 죽음이 원인이 됐다. 정도전을 향한 피의 복수를 시작한 셈이다.
방송 말미에는 이방원이 모두가 잠든 밤 자신들을 따르는 이들을 이끌고 집을 나서는 모습이 그려졌다. 특별한 대사 없이 걸어오는 이방원의 모습은 화면을 압도하는 ‘군주’의 포스가 느껴졌다.
또한 예고편도 짧게 공개됐다. 이방원과 정도전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장면이었다. 대사는 “고단하구나 방원아”라는 정도전의 한숨 섞인 한마디만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를 지금까지 보아온 시청자는 이 짧은 한마디에 모든 걸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비극적인 역사를 집약한 최고의 대사임을. 이에 다음주 방송되는 47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