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에 출연하는 남자 배우들은 하나 같이 연기를 다 잘한다. 한 시간 가량의 드라마를 마치 단 10분처럼 짧게 만드는 몰입도를 높이는 것이다. SBS 월화극 ‘육룡이 나르샤’는 연기 맞대결을 펼치는 유아인과 김명민이 중심에 있다. 마치 두 사람의 연기 경연을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이하 육룡이)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 군주 이방원(유아인 분)을 중심으로 한 다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이야기를 다룬 팩션 사극이다.
지난 8일 방송된 ‘육룡이’ 46회에서는 이방원이 정도전을 죽이고 궁궐을 장악하겠다는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이 그려져 눈길을 끌었다. 어제의 형제가 오늘의 적수가 된 셈이다. 방원은 차츰 내면에 숨어있던 괴물을 꺼내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4회만을 남겨놓은 ‘육룡이’는 사실상 유아인과 김명민이 드라마를 이끌어 가고 있다. 물론 한 장면만 스쳐지나가는 보조 출연자들의 노고 덕분에 완성도 높은 장면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터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각각 연기하는 이방원과 정도전이 안방극장을 잔뜩 긴장케 만든다.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 빠른 전개에 방점을 찍는 것은 배우들의 열연인 것.
지난해부터 물 오른 연기를 보여주는 유아인은 등장하는 장면마다 놀라운 흡인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방원이 왜 권력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됐는지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앞으로 삼봉을 어떻게 배신할지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베테랑’ 조태오가 기억나지 않을 캐릭터를 보여준 것이다.
이른바 ‘연기 본좌’로 정평이 난 김명민은 내면의 권력욕이 꿈틀대는 이방원의 모습을 흡인력 있게 만들기 위해, 반대로 청렴한 정도전을 만들어냈다. 이들이 극을 이끄는 남자 주인공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유아인과 김명민, 천호진, 변호한, 신세경 등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하나 같이 연기 경연의 장에 온 것처럼 소름 끼치는 명연기를 펼치고 있다. 드라마의 이야기와 더불어 이들의 연기를 보는 맛이 좋다. 역사에 기반하고 있으나 예상할 수 없는 가상이야기가 더해지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연기 감상은 덤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