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스타들을 강제 혹사시키던 연예계 악습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잘 나갈 때 몰아쳐라'며 방송과 행사, CF 등 수 십편 겹치기 출연이 다반사인 기존 풍토가 아프고 힘들면 쉬어가는 쪽으로 바뀌는 중이다.
거대 기획사 FNC에 합류한 정형돈이 먼저 그 길을 텄다. 지난해 톱MC 정형돈의 갑작스런 활동 중단은 방송가를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항상 능청스런 미소로 너스레를 떨며 시청자를 웃겼던 그였기에 팬들의 충격은 더 했다. 하지만 늘 긴장 속에 살아야하는 대세 MC의 연예계 생활은 정형돈을 심한 불안장애로 내몰았고 소속사는 그에게 휴식 기간을 주기로 결단을 내렸다. 소탐대실하지 않고 긴 미래를 내다본 FNC의 이같은 판단은 이후 연예계에 긍정적인 여파를 끼치기 시작했다.
전현무와 김성주 등 이곳저곳 여기저기 소처럼 일하던 두 명의 특급 방송인이 잠시 쉬어갈 여유를 챙긴 것이다. 전현무 역시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입버릇처럼 바쁘게 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었지만 방송을 쉴 만큼 지쳐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김성주도 눈 건강 악화로 인해 3주의 휴식기를 가진 뒤 복귀했다. ‘올스톱’은 아니었지만, 기력을 회복할 정도로 쉬면서 안정을 찾았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소속사 티핑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난 해 연말부터 지금까지 무리를 하다 보니 피로가 많이 쌓였다. 쉬면 괜찮아질 것으로 판단해 스케줄 조율을 했었는데 컨디션을 되찾아 다행"이라고 밝혔다.
정형돈-김성주-전현무 등 특급 남자 MC 삼총사에 이어 이번에는 대세 소녀들이 '잠깐 스톱'을 외쳤다. 걸그룹 EXID의 하니가 먼저 휴식을 택했고, 걸스데이의 혜리 역시 뇌수막염 진단으로 입원 치료 중이다.
혜리의 소속사 드림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혜리가 이날 오전 9시께 감기증상을 동반한 고열과 머리 통증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고열과 머리 통증을 호소해 급히 집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뇌수막염 진단을 받았다. 며칠 입원해서 치료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혜리는 39도가 넘는 고열로 응급실을 찾았다. 지난 5일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콘서트 일정을 소화한 후 휴식을 취하고 있던 가운데, 갑자기 고통을 호소한 것. 소속사 측은 "혜리의 건강 회복과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스케줄을 조정 중이며, 많은 분들께 걱정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라고 덧붙였다.
혜리는 지난 1월 '응답하라 1988'의 종영 이후 수많은 스케줄에 쫓겨 왔다. 각종 매체 인터뷰는 물론, 광고와 화보 촬영, 특집 예능프로그램 출연과 걸스데이 활동까지 높아진 인기만큼 많은 곳에서 그녀를 찾았다. 물론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하긴 했지만, 드라마 시작 전부터 컸을 부담감에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체력적으로 매우 약해져 있던 상태로 추측된다. 충분한 휴식 후 회복으로 씩씩했던 혜리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는 팬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하니 역시 휴식을 위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하니의 소속사 측은 지난달 27일 "지난 2014년 '위아래' 열풍 이후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며 쉼 없이 달려온 하니의 건강을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갖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하니는 피로 누적과 체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로, 평소 앓고 있던 장염을 온전히 치료하기 위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하니 역시 '위아래'의 역주행 주역이 되면서 그동안 거의 쉬지 않고 많은 스케줄을 소화했다. 특히 예능에서도 하니의 엉뚱한 매력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많은 관심이 쏟아졌고, 인기와 관심이 높아질수록 더 빠듯한 일정을 소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밝고 씩씩했던 대세 연예인들이 하루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서기를 기다릴 뿐이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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