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종영 논란에 방송 중단 사태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BS 2TV 월화드라마 ‘무림학교’가 애국가 시청률 3.7%로 아쉬운 퇴장을 했다. SBS '육룡이 나르샤'와 MBC '화려한 유혹', 두 강자의 틈에 끼인 것도 불운이라면 불운. 하지만 섣부른 변명이나 어설픈 핑계보다는 드라마의 힘이 워낙 약했다는 시청자 반응이 결국 저조한 시청률로 이어졌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8일 방송된 ‘무림학교’ 마지막회는 전국 기준 3.7%를 기록, ‘육룡이 나르샤’(16.1%), MBC ‘화려한 유혹’(12.7%) 등에 밀려 월화드라마 3위를 했다.
앞서 지난 1월 첫 방송에서 5.1%로 출발했던 이 드라마는 한때 시청률이 2%까지 떨어졌다. 청춘 액션 활극이란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지만 포장만 그럴듯 했다. 내용은 부실하고 소재는 생소했으니 시청률 대박은 애시당초 무리였던 셈. 손발이 오그라드는 만화 같은 장면 연출과 유치한 전개로 휘청거렸던 초반 분위기는 제작사와 방송사 간의 갈등과 잡음으로 기 한번 펴지 못한 채 고꾸라졌고, 그 분위기 그대로 마침표를 찍었다.
기존 경쟁 드라마가 고정 시청자층이 탄탄했던 까닭에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그럴수록 똘똘 뭉쳐 작품 완성도를 높이는데 힘을 합쳤어도 힘들었을 판에 방송사와 제작사의 이견으로 촬영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무림학교'는 한류스타였으나 추락한 가수 윤시우(이현우 분), 중국 재벌 아들 왕치앙(이홍빈 분)이 어느 날 무림학교 학생인 순덕(서예지 분)와 선아(정유진 분)를 만나 무림학교에 입학하며 펼쳐지는 글로벌 청춘액션 드라마를 전면에 내세웠다. 취업과 스펙 쌓기가 목적이 아닌 정직, 신의, 생존, 희생, 소통, 관계 등 사회에서 세상에 맞설 수 있는 특별한 덕목들을 깨우치는 과정을 그리겠다고 했다. 기획의도대로 작품이 나왔으면 참 좋았을 것을.
방송 전, 이 드라마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학교’ 시리즈는 물론 ‘드림하이’, ‘후아유’ 등 시즌마다 학원물로 흥행을 거둔 KBS가 야심차게 내놓는 드라마였고, 화려한 무술과 액션이 예고됐기 때문. 연출을 맡은 이소연 PD는 “‘무림학교’를 만들 때 기존 다른 드라마가 생각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며 차별화까지 시켜놓은 바다.
하지만 뚜껑을 연 ‘무림학교’는 인물과 사건 간의 연결 고리조차 잃은 채 방황하기 시작했다. B급 정서를 반영한 듯한 CG가 잠시 눈을 머물게 하는 ‘병맛’ 재미를 제공하며 5%대 시청률을 유지시켰지만, 이마저도 회가 거듭될수록 떨어졌고 결국 3% 마지노선까지 무너지는 참패를 맛봤다.
그래도 청춘 배우들만큼은 칭찬 받을 연기를 선보였다. 1년여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배우 이현우는 까칠한 톱스타가 따뜻한 남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안정적으로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고, 서예지 역시 이질감 없이 심순덕 역을 말끔하게 소화해내며 여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높였다.
첫 주연을 맡은 빅스 멤버 홍빈은 아이돌 멤버임에도 빈틈없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첫발을 제대로 내디뎠다. 정유진 역시 매력적인 마스크와 인상적인 인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은 바다.
한편 ‘무림학교’ 마지막 회에서는 시우가 믿음으로 치앙과의 우정을 지켜내고, 순덕과 결혼하는 해피엔딩을 맞았다./joonaman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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