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유아인과 '태양의 후예' 송중기가 지상파 자존심을 살리고 있다. 케이블채널 tvN이 선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 두 드라마만이 흠잡을 데 없는 고퀄리티의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는 것. 그리고 주연 배우인 유아인과 송중기가 그 기틀을 탄탄히 다져주고 있다. 특히 이 두 사람은 KBS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인연을 맺은 절친으로 기막힌 행보가 눈길을 끈다.
유아인은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에서 훗날 철혈군주가 되는 이방원 역을 맡아 놀라운 연기력을 뽐내고 있다. 총 50부작인 이 드라마는 지난 8일 46회 방송을 마쳤다. 놀라운 건 '육룡이 나르샤'가 단 한 번도 월화극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는 것과 그리고 매회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명장면들을 만들어내며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배우 유아인이 있다. 이미 지난 해 영화 '베테랑'과 '사도'를 통해 '아인시대', '연기 천재'라는 평가를 얻었던 유아인의 진가가 이번 '육룡이 나르샤'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고 있다.
유아인은 '폭두'라고 칭해질 정도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자유분방하고 가끔은 감당 안 되는 소년 이방원부터 내가 원하는 정치를 하기 위해 스승까지 죽이겠다 마음 먹는 '킬방원'까지, 세월과 정세에 따라 변해가는 한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눈빛과 표정, 목소리 하나까지 철저하게 계산된 유아인의 연기는 이방원이라는 인물에 설득력을 입히고 있는데, 이는 그가 왜 피의 전쟁을 일으키면서까지 왕권을 얻고 싶어했는지를 이해하게끔 만든다.
물론 폭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소중한 동지이자 형제였던 조영규(민성욱 분)를 잃었을 때 흘렸던 눈물은 참담한 그 자체였고, 정인인 분이(신세경 분)를 바라볼 때는 늘 떨림이 존재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무사 무휼(윤균상 분)에게 책임감을 일깨워주며 믿음을 부여한 것도 모두 이방원, 즉 유아인의 진심 어린 눈빛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유아인은 그간의 사극에서 그토록 많이 그려졌던 '선죽교 비극', '단심가와 하여가', '두문동 화재' 등도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내 시청자들에게 전혀 생각지 못한 전율을 안겼다. 그리고 이제 '왕자의 난'만 남았다. 정도전(김명민 분)의 죽음은 이미 정해져 있는 일이지만, 이것이 유아인을 통해 또 얼마나 멋지고, 또 여운이 남는 명장면으로 남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육룡이 나르샤'와 함께 지상파 드라마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는 드라마는 역시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 김원석, 연출 이응복 백상훈)다. 지난 해 이렇다할 재미를 보지 못한 KBS는 100% 사전 제작 드라마인 '태양의 후예'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스타작가 김은숙과 '복테일' 이응복 PD가 의기투합했고, 여기에 송중기와 송혜교가 주연 배우로 캐스팅돼 '드림팀'을 구성했다. 또 그리스 촬영으로 화려하고 웅장한 영상을 확보했으며, 2월 중국동시 방영이라는 이권도 잡았다.
그리고 뚜껑이 열린 '태양의 후예'는 방송 3회만에 23%라는 놀라운 시청률를 보이며 방송계를 강타했다. 4회 역시 최고시청률인 24.1%를 얻었는데, 가히 신드롬급의 인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기반에는 여심을 자극하는 송중기와 송혜교의 멜로 케미가 있다. 특히 군 제대 후 더욱 섹시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송중기는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송중기가 연기하고 있는 유시진은 특전사 대위로 탁월한 액션과 리더십을 겸비, 분위기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대방출하고 있다. 또 강모연(송혜교 분)를 향한 '밀당'없는 직진 사랑법에 여심은 이미 초토화 상태. 유시진의 특징은 시도 때도 없는 농담인데, 이것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는 것이 강점으로 손꼽힌다. 마치 '연애 고수'마냥 여자들이 기분 좋을 말만 하는데, 그 말을 듣고만 있어도 저절로 '광대승천'을 경험하게 된다.
이미 입대 전 KBS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와 영화 '늑대소년' 모두 성공시키며 연기력과 스타성을 동시에 인정받았지만 이번 '태양의 후예'는 모든 기대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이제 남은 건 기록 싸움. 늘 뒷심이 더 강했던 김은숙 작가와 기복 없는 송중기가 어떤 놀라운 결과를 얻어낼지 기대가 앞선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