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신드롬은 김은숙 작가의 설레는 대사를 멋들어지게 소화하는 송중기와 함께, 여자주인공의 전형일 수 있는 민폐 캐릭터를 벗어난 송혜교가 연기하는 당당한 강모연이 호감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모연은 실력 있는 의사지만 돈도 없고 빽도 없어 교수 승진에 번번이 실패하고, 결국 방송으로 인기를 누리면서 VIP 담당 의사가 됐다. 허나 생명의 존엄성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진짜 의사의 면모를 갖고 있는 여자.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는 군인 유시진(송중기 분)과의 설레는 로맨스에서도 뒤로 빼는 법 없이 당당하게 주도권을 잡고 있다.
흔히 등장하는 로맨스 드라마의 민폐 여주인공이 아니다. 남자 주인공만 바라보고 있는 여자도 아니고, 남자 주인공이 구해주길 기다리는 신데렐라 형도 아니다. 그래서 송혜교가 연기하는 당당한 모연은 그동안 김은숙 작가의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와 궤를 달리 하고 있고 시진만큼이나 인기를 끌고 있다.
1회: 쟤가 그쪽 자식이에요?
시진을 조직폭력배로 오해한 모연은 김기범(김민석 분)이 훔쳐간 휴대전화를 찾으려는 시진과 말다툼을 벌인다. “혹시 얘 영안실 보낸다는 형들이 댁들이세요?”라고 따져 묻는 모연은 조직폭력배는 무서워하지 않는 겁 없는 여자다. “최 쌤, 이 형님들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세요. 보안팀에 이야기해서 소란피우지 말라고 하고...”라고 시진이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않고 몰아세우는 모연.
시진은 결국 화가 나 “저 자식 말 사실입니다. 저자식이...”라면서 기범이 소매치기범이라는 사실을 말하려고 하지만 모연은 “쟤가 그쪽 자식이에요?”라고 틈을 보이지 않는다. 말싸움에서 모연을 이길 수가 없다. 시진은 “선생님의 환자가 제 동료의 휴대폰을 훔쳐간 거고 마침 여러 명에게 맞고 있길래 구해준 겁니다”라고 설명했지만 모연은 굳건했다. 모연은 비록 불발됐지만 경찰 신고와 CCTV 확인을 하며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첫 회부터 보여줬다.
2회: 같이 먹는 사람이 근사해서 괜찮아요
시진과 모연의 정식 첫 데이트. 모연은 제대로 씻지도 못한 상태에서 시진을 맞닥뜨리고 당황한다. 시진을 집으로 초대한 모연은 “오늘 한 끼도 안 먹어서 배가 너무 고픈데 같이 시켜먹으면 안될까요?”라고 외식이 아닌 배달 음식을 택했다.
시진은 “맛있는 것 사주고 싶었는데 배달 음식으로 괜찮아요?”라고 오히려 당황했고, 모연은 “같이 먹는 사람이 근사해서 괜찮아요”라고 싱긋 웃었다. 뭐 좋아하느냐는 말에 모연은 “돌비(돌솥비빔밥) 돌비”를 외쳐대며 쿨하게 샤워하러 들어갔다. 시진은 “되게 특이하네...되게 예쁘고”를 나지막하게 말하며 두 사람의 설레는 사랑을 이어갔다.
2회: 전 의삽니다
자꾸 모연과의 약속을 파토내는 시진. 두 사람은 가치관이 달랐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죽여야 하는 군인 시진,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의사 모연은 그렇게 엇갈렸다. 모연은 “전 의삽니다. 생명은 존엄하고 그 이상을 넘어선 가치나 이념은 없다고 생각해요. 미안하지만 제가 기대한 만남은 아닌 것 같네요”라고 시진에게 먼저 이별을 통보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쳐다보며 즐거운 만남을 이어가지 못하는 이별 장면은 모연의 확고한 가치관이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2회: 네 면전에 사표 던질테니까 딱 기다리세요
모연은 병원 이사장의 횡포에 성희롱을 당했다. 잠자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요구한 이사장, 이를 거부한 모연은 우르크 봉사단 팀장으로 쫓겨났다. 우르크에 당도한 후 이사장에게 걸려온 전화에 모연은 울고 불고 난리치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불의에 맞섰다.
“호텔룸으로 부를 때부터 바닥인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비겁한 놈인 줄은 몰랐어요. 내 병원을 개업해야 한다면 지금이 아닐까요? 돌아가면 네 면전에 사표 던질테니까 딱 기다리세요. 아셨어요?”라고 화를 내며 자존심을 지켰다. 이 모습을 지켜본 팀원들의 당황스러운 표정, 모연은 “다 들으셨죠? 그게 제가 여기에 온 이유입니다”라고 부당한 일을 당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렸다.
4회: 묻죠 의견
모연은 굉장히 주체적인 성격이다. 시진이 아랍연맹 의장에게 받은 만능 명함을 자신과 데이트 하기 위해 쓰자 부들부들 떨었다. 명함을 한 장 받고 두 장 달라고 먼저 이야기를 한 것은 물론이고 시진이 자신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자동차를 빌렸다는 말에 황당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 명함을 고작 렌트카에 써요? 렌트카 회사 인수하는 것도 아니고? 미친 것 아니에요? 야망 없어요? 석유 그런 것 마당만 파면 나오는 것, 저 사람은 뭐든지 줄 마음이 있었어요”라고 귀엽게 따졌다. 시진이 “앞으로 2시간 동안 강 선생이랑 데이트 할 겁니다”라고 말하자 “미쳤어. 고작 데이트 때문에 명함을 썼어. 누가 유 대위님하고 데이트한대요?”라고 발끈했다. 시진이 남자답게 “의견 물어본 것 아니고...”라고 말하자 “묻죠. 의견”이라고 말하는 모연, 이 여자 만만친 않아 더 예쁘다. / jmpyo@osen.co.kr
[사진] KBS 제공,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