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두 "황정민·하지원처럼 '믿고 보는' 배우되고파" [인터뷰]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6.03.09 12: 54

동안의 귀여운 얼굴 때문일까. 데뷔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년차가 된 이연두는 그만큼 여유롭고 안정된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여전히 신인 같은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연기에 대한 욕심이었다.
이연두는 2006년 MBC ‘궁’을 시작으로 최근 종영한 ‘내딸 금사월’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특히 ‘내딸 금사월’은 평균 시청률 30%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이연두에게도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게 됐다.
극중 이연두는 강만후(손창민 분)과 그의 전처 최마리(김희정 분)가 낳은 큰딸 강달래 역을 맡았다. 못된 말투와 행동으로 얄밉기도 했지만, 배신과 음모가 판치는 전개에서도 통통 튀는 매력을 뽐내는 모습은 밉지 않았다.

“얄미운 허당이었다. 리딩 할 때 작가님이 코믹하게 해 달라고 주문하셨는데, 그때부터 멘붕이었다. 코믹한 연기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처음에 대본도 별로 안 나온 상태였고, 영화랑 다르게 드라마는 어떻게 흘러갈지 몰랐었다. 그런데 극중에서 마리랑 국자가 재밌으니까 나도 같이 융화돼서 어울려가면서 잘 풀렸던 것 같다. 사실 했던 역할 중 가장 어려웠다. 감정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재미가 있어야 해서 어느 정도 까지 해야 할지 몰랐다.”
특히 ‘내딸 금사월’은 손창민부터 전인화, 박상원, 도지원 등 중견배우들이 총출동한 작품인 만큼 후배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을 터. 하지만 51회 내내 피 튀기는 복수전을 그렸던 드라마와는 달리, 이연두는 배우들이 서로의 집을 오가며 친분을 나눌 만큼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세트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긴장될 정도였다. 원래 대사 NG를 거의 안 내는데, 선생님들이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몇 마디 하는 것도 떨렸다. 적응하는 데 한두 달 걸렸다. 그 뒤로는 편해지니까 호흡도 잘 맞고 장난도 쳤다. 선생님들 모두 진짜 엄마 같고 할머니 같다. 무서우실 줄 알았는데 따뜻하다. 특히 박원숙 선생님은 댁에서 직접 밥도 해주시고 진짜 가족처럼 지냈다. 그래서 끝나니까 이상하다. 이제 못 보니까.”
대박 시청률이라는 말만큼 ‘내딸 금사월’에게 따라 다닌 꼬리표는 ‘막장 드라마’였다. 출생의 비밀과 살인 미수 등 자극적인 소재와 개연성 없는 전개의 만남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끊을 수 없는 묘한 중독성을 자랑한 것.
“어쨌든 배우는 작가님이 주신 대본으로, 연출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연기하지 않냐. 굳이 막장이 아니더라도 이해가 안 되는 캐릭터도 많다. 그래도 소화를 해야 하고 열심히 하려고 했다. 막장은 막장이다(웃음). 막장도 너무 과하지만 않으면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막장 보면서 스트레스 푸는 분들도 계시지 않냐.”
이연두는 올해로 33살이 됐다. 외모의 변화라기보다 한없이 발랄해보였던 20대 때와는 달리, 한층 깊고 섬세해진 생각과 연기에 대한 많은 고민이 돋보였다. 특히 이러한 고민이 한창 고조됐던 지난해 짧게 등장했던 OCN ‘실종 느와르M’이 그에게는 뜻 깊은 터닝 포인트가 됐다.
“‘실종 느와르’는 출연했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촬영을 2주밖에 안 했는데도 스태프들도 계속 생각나고 대본도 좋았다. 2주 동안 빠져서 했던 것 같다. 30대 돼서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세가 달라지는 시점에 만나서 그런 것 같다. 20대 때는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예전부터 사이코패스 같은 강렬한 연기도 하고 싶었는데 20대에는 밝은 캐릭터 밖에 안 들어왔었다. 느와르나 스릴러 수사물 하고 싶다.”
그간 드라마와 뮤지컬, 연극 공연을 통해 활약하던 이연두는 지난해 영화 ‘강남1970’을 통해 스크린 데뷔식을 치렀다. 다소 늦은 출발인 만큼 뭐든지 배우겠다는 학생의 자세로 돌아간 이연두의 눈을 초롱초롱 빛이 났다.
“영화는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으니까 캐릭터를 잡고 들어가서 좋았다. 드라마는 어떤 방향으로 갈지 대본에 간단히 나와 있으니까 처음엔 캐릭터 잡기가 어렵고 순발력이 필요하다. ‘강남1970’을 통해 영화를 처음 해봤는데, 되게 재밌었다. 드라마 현장은 바쁘게 돌아가는데 영화는 그에 비해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다들 끈끈하더라.”
이연두는 51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마친 뒤 잠시 숨 고르기를 할 예정. 여행을 준비 중이라며 들뜬 표정을 지으면서도, 차기작에 대한 고민 역시 멈추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다 하고 싶다. 아마 또 드라마를 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 말에는 공연을 하고 싶긴 한데, 혼자만의 생각이다. 원래 계획은 3년에 한 번씩 공연을 하는 거였다. 공연은 두 번 밖에 안 했는데, 너무 좋았다. 가수가 아니니까 무대에 오를 일이 없었는데, 한 번 올라보니까 뭔지 모를 에너지랑 관객들의 박수나 환호성을 잊을 수 없었다.“
배우라면 이름 앞에 수식어가 하나쯤 붙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김현주는 ‘갓현주’, 신하균은 ‘하균신’ 등 이들의 연기력을 칭찬하는 신조어가 따라 붙는 것.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던 이연두가 훗날 갖고 싶은 수식어는 무엇일까.
“‘믿고 보는’이라는 말이 참 좋다. 옛날부터 황정민과 하지원 선배님을 좋아해서 작품이 나오면 무조건 봤다. 나도 그런 배우 되면 좋겠다 싶다. 한 가지 캐릭터가 아니라 항상 도전을 멈추지 않는 분들이 계시지 않냐. 항상 다른 장르, 캐릭터 등 그게 다 어울리는 게 너무 멋있는 것 같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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