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육룡', 이렇게 명예로운 사극이 또 있었던가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03.09 13: 03

'육룡이 나르샤'가 피의 전쟁을 앞두고 극강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명품 사극의 저력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는 철혈군주가 되는 이방원(유아인 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육룡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팩션 사극이다. 육룡은 이성계(천호진 분), 정도전(김명민 분), 이방원, 이방지(변요한 분), 분이(신세경 분), 무휼(윤균상 분)로, 최종 목표는 다를지언정 모두가 썩어빠진 고려를 뒤엎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한 인물들이다.
'역사가 스포일러'라는 말처럼 이성계, 정도전, 이방원의 조선 건국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며, 그간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재해석이 많이 되어 왔다. 최근 성공적으로 방송된 KBS 1TV '정도전'에서는 제목처럼 정도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조선 건국 이야기를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하게 그려내 호평을 얻었다. 이 때문에 방송 전 '육룡이 나르샤'가 다소 식상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 섞인 반응을 얻기도 했는데, 사극 대가인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이것이 기우일 뿐이었음을 단박에 깨닫게 만들었다.

이미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등을 통해 사극의 진면모를 보여준 바 있는 두 사람은 이번 '육룡이 나르샤'에서도 틀을 깨는 스토리와 눈을 뗄 수 없는 전개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그간 악인으로만 비쳐졌던 이방원이 왜 스승인 정도전에게 등을 돌리고 '왕자의 난'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는지를 너무나 촘촘하고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는 것. 또한 팩션 사극답게 이방지, 분이, 무휼 등 가상의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이야기는 흥미 유발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특히 '육룡이 나르샤'는 '뿌리깊은 나무'의 프리퀄답게 전작과의 이음새를 보여주며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선덕여왕'의 비담이 정도전과 이방원의 대화 속에서 언급되는 것은 물론 '뿌리깊은 나무'의 밀본이나 정기준이 등장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이 외에도 이방지와 연희(정유미 분)의 관계, 세종의 호위무사가 되는 무휼의 성장통 등 모든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처럼 시간의 흐름 속에 갈등과 고뇌를 겪고 다시 한 번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 놀라운 건 매회가 한 편의 영화 같은 완성도를 자랑한다는 점이다. 지상파의 고질적인 문제라 일컬어지는 생방송 촬영이 '육룡이 나르샤'에서도 존재한다. 대본이 늦게 나오는 건 아니지만 워낙 야외 촬영이 많은 사극이다 보니 빠르게 찍는다고 해도 스케줄이 빠듯할 수밖에 없는 것. 그럼에도 '육룡이 나르샤'는 놀라운 퀄리티를 자랑하며 명품 사극을 만들어내고 있다. 악천후에도 심혈을 기울였던 위화도 회군, 피의 바람이 불었던 도화전 전투, 명나라에서 무휼이 보여준 전투신 등은 '육룡이 나르샤'이기에 가능한 스케일이다. 지상파 드라마가 케이블 드라마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말은 '육룡이 나르샤'에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일품이다. 김명민과 유아인은 매회 연기 경연이라도 벌이는 듯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여타의 배우들 역시 구멍 하나 없는 연기력을 자랑하며 드라마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대본, 연출, 연기 3박자가 완벽하게 합을 이룬 최고의 사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는 총 50회 중 무려 46회 동안 월화극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4회만을 남겨 놓고 있는 '육룡이 나르샤'는 시청자들이 그토록 기다려왔던 '왕자의 난'을 보여줄 예정. "고단하구나, 방원아"라는 정도전의 한 마디가 예고된 가운데 또 얼마나 놀라운 명장면을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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