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서른한 살이 된 배우 유아인의 연기에 물이 옹골차게 차올랐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베테랑’을 기점으로 발전 가능성이 가득한 배우로 떠오른 그가 앞으로 어디까지 변신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이유다.
유아인의 성장세를 보면 ‘될 사람은 모로 가도 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지난 2003년 KBS2 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해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참고 견뎌야할 일들이 더 많았을터인데 자신을 믿고 연기를 떠나지 않았기에 오늘 이 순간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유아인은 영화로 소위 ‘대박’을 터뜨린 뒤, SBS 기대작으로 손꼽힌 팩션 사극 ‘육룡이 나르샤’(이하 육룡이)를 선택했다. 50부작이라는 긴 장정에 몸을 맡긴 것인데, 4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현재까지 무리 없이 잘 소화해오고 있다.
지난 8일 방송된 ‘육룡이’ 46회에서는 이방원이 정도전(김명민 분)을 죽이고 궁궐을 장악하겠다는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이 그려져 눈길을 끌었다. 어제의 형제가 오늘의 적수가 된 셈이다. 방원은 차츰 내면에 숨어있던 괴물을 꺼내 보이기 시작했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이방원을 연기하는 유아인이 캐릭터의 고뇌에 깊숙이 빠진 모습이었다. 이방원이 왜 권력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됐는지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앞으로 삼봉을 어떻게 배신할지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지난해부터 물 오른 연기를 보여주는 유아인은 등장하는 매 장면마다 놀라운 흡인력을 자랑하고 있다. ‘베테랑’ 조태오가 기억나지 않을 캐릭터를 보여준 것이다. 숨을 돌릴 여유를 주지 않는 빠른 전개에 방점을 찍는 것은 그의 열연이 더해진 덕분이다.
소위 잘나가는 사람을 유심히 보면 얄미울 정도로 잘한다. 정말이지 다들 너무 잘한다. 이 가운데 유아인에겐(특히 연기력에 물이 오른 배우들에게선)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캐릭터 변신이 기대가 된다./ purplish@osen.co.kr
[사진]'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