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드라마 시장에서 지상파 3사(KBS·MBC·SBS)의 힘이 예전만 못한데 명쾌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하다.
사실 10년 전만해도 지상파의 인기 드라마는 40~50%대에 육박하는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당시 케이블이 드라마 시장에 막 진입한 단계였는데, 지상파의 영향력을 넘어서긴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이젠 실력이 비슷한 수준이거나 되레 역전된 모양새다. 어떤 드라마는 케이블이 더 작품성이 좋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에 사이에선 4~5년 전부터 지상파의 아성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스마트 폰의 발달로 시청자들이 본 방송을 챙겨보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제 ‘시청률 50%’라는 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30%만 찍어도 대박이다. 평일 미니시리즈는 평상 15%만 나와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지상파에 비해 제약이 적은 케이블이, 실험정신을 발휘하며 색다른 장르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을 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에 따른 지적과 징계도 많이 받았지만 서서히 그 간극을 줄여나가며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지상파가 막장 논란으로 주춤하는 사이 tvN이 거세게 치고 올라온 것이다. 앞으로 tvN이 드라마 왕국이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지상파에서도 이 위기를 감지하고 있는 분위기다.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내놓으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재 KBS2 '태양의 후예‘와 SBS ’육룡이 나르샤‘는 지상파의 자존심을 살리는 드라마로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케이블이 지상파를 위협하는 막강한 힘을 자랑하게 된 배경에는 실력 있는 PD와 작가들이 tvN으로 쏠리고 있는 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tvN에서 방송중인 ‘시그널’의 감독과 작가는 각각 ‘미생’ ‘성균관 스캔들’, ‘쓰리 데이즈’ ‘유령’ ‘싸인’ 등을 집필한 실력파로 꼽힌다. 김원석 PD는 KBS에 재직했을 때부터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tvN으로 이적한 뒤 실력에 날개가 돋은 듯 훨훨 날고 있다.
출연배우인 김혜수는 “처음에 1~6부를 봤을 때 정말 재미있게 봤다. 정말 천재인 것 같다”며 작품과 작가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드러내 기대를 높였다. 또 ‘응답하라’ 시리즈를 만든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 역시 베테랑으로 꼽힌다. 신 PD 역시 KBS 소속이었다.
물론 지상파에도 실력이 출중한 드라마 PD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시청자들에게 질 좋은 드라마 및 예능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단단한 권위주의라는 벽을 무너뜨리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파에서 막장드라마 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에 재미가 보장된 다수의 시놉시스가 tvN으로 먼저 향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배우들도 이젠 지상파,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작품이 좋은 곳으로 향한다.
이제 지상파가 나아갈 방향은 체질 개성과 경영 혁신으로 보인다. 장르극의 우위를 점한 tvN과 경쟁하기 위해선 양질의 콘텐츠를 내놓고, 시청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할 시점이다.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면 다시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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