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연기돌의 법칙이 있다. 과거에는 비주얼을 담당하는 멤버들이 주로 연기에 뛰어들었다면 최근에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보컬을 담당하는 멤버도, 춤과 랩을 담당하는 멤버도 연기에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오히려 음악을 통해 쌓은 풍부한 감성이 연기에서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긁지 않은 복권처럼 소속사도 몰랐던 ‘포텐’이 터지기도 한다. 즉 다재다능한 멤버들이 여러 영역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엑소의 보컬, 디오
최근 첫 스크린 주연작을 선보인 그룹 엑소의 멤버 디오(도경수)는 팀내 보컬을 담당했던 멤버다. 데뷔를 준비하면서 제대로 연기 수업을 받지 않았던 그가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포텐’을 터트린 건 지난 2014년 9월 종영한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를 통해서다.
디오는 스타 작가 장재열(조인성 분)의 분열된 또 다른 자아 한강우 역을 연기했다. 드라마 속에서 재열의 눈에만 보이는 가상의 인물을 연기한다는 점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 그러나 디오는 처음으로 대중에 선보이는 연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강우를 신비롭고 애처로운 소년으로 아름답게 그려냈다.
사실상 디오의 첫 연기는 영화 ‘카트’(감독 부지영)였다. 촬영은 드라마보다 빨리, 개봉은 더 후에 이뤄졌던 것. 첫 연기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디오의 연기력은 인정받았으며 이후 KBS 2TV 드라마 ‘너를 기억해’, 영화 ‘순정’으로 활발한 연기활동을 펼치고 있다. 조정석과 형제 호흡을 맞춘 ‘형’(가제)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엑소의 리더, 수호
디오와 같은 그룹의 멤버 수호는 한예종 연기과 출신이지만, 일찍 개인활동에 뛰어들기보다는 그룹의 리더로 엑소를 이끄는 역할에 더욱 치중해왔다. 지난 2014년 KBS 2TV 드라마 ‘총리와 나’에 카메오로 출연한 이후 2년 만에 영화 ‘글로리데이’로 연기를 제대로 연기를 선보이게 된 것.
오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글로리데이’는 스무 살 처음 여행을 떠난 네 친구의 시간이 멈춰버린 그날을 가슴 먹먹하게 담아낸 올해의 청춘 영화. 여기서 수호는 매사에 성실하고 어른스러운 스무 살 상우 역을 맡았다. 무대 위에서 화려한 모습을 지우고 순수하고 맑은 상우로 변신해 그가 영화를 통해 노래할 청춘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그의 연기 열정은 귀감이 될 만하다. 상우를 이해하기 위해 촬영 전 직접 상우가 사는 동네를 답사하며 캐릭터에 몰입했다고. 엑소를 이끄는 리더답게 책임감과 성실함은 함께 호흡을 맞춘 류준열도 엄지를 치켜들 정도.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에 뛰어든 수호가 앞으로 어떤 필모그래피를 쌓아갈지 관심이 집중되는 바이다.
◇인피니트의 댄서이자 래퍼, 호야
그룹 인피니트의 멤버 호야는 팀내에서 댄스와 랩을 맡고 있었다. 이에 그가 연기로 개인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그런 예상을 뒤엎고 같은 그룹 멤버 장동우와의 유닛보다 먼저 선보인 것이 바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이었다.
‘응칠’에서 호야가 맡은 역은 윤윤제(서인국 분)를 짝사랑하는 강준희 역. 아이돌로서 남남 커플을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기고 모성애를 자극하는 부드러운 연기로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어 호야는 SBS 드라마 ‘가면’에 이어 스크린 데뷔에 나섰다. 바로 영화 ‘히야’(감독 김지연)를 통해서다. ‘히야’에서 호야는 가수지망생 진호 역을 맡아 형 역할의 안보현과 애증의 형제 케미스트리(조합)를 선보인다. 이처럼 호야는 스크린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연기돌로서 확실히 자리 잡고 있다. / besodam@osen.co.kr
[사진] OSEN DB, '순정', '글로리데이', '히야'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