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을 어떻게서든 붙잡고 싶은 드라마가 있다. 바로 장기 미제 사건을 다루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이 그렇다. ‘시그널’이 종영까지 단 2회만 남았다. 오는 12일 종영, ‘시그널’의 결말에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이 드라마는 현재와 과거가 오고가는 무전 속에 장기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범인을 쫓는 형사들의 고뇌에는 사회 거악에 대한 울분이 담겨 있다. 특히 화성 연쇄 살인 사건, 성수대교 붕괴 사고, 대도 조세형 사건,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등 우리 사회의 슬픈 단면이 담겨 있는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되 창작을 가미한 이야기들이 주축을 이루며 묵직한 이야기였다. 시청자들에게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닌 함께 고민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장을 마련했다.
‘시그널’을 성공적으로 이끈 김은희 작가는 ‘위기일발 풍년빌라’(2010), ‘싸인’(2011), ‘유령’(2012), ‘쓰리데이즈’(2014) 등 특색 강한 작품을 집필하며 장르 드라마의 대가로 불리고 있다. 특히 이번 ‘시그널’은 지상파 드라마를 뛰어넘는 tvN 드라마의 높은 영향력을 이어가며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다.
김은희 작가는 지난 9일 OSEN과의 인터뷰에서 드라마가 흥행한 비결에 대해 “미제 사건이 가지는 아픔에 대해서 공감을 해주셨던 게 아닐까 싶다”라면서 “시청자들이 역시나 사건들과 연관된 주인공들의 상처를 안타깝게 보시면서 응원해주셨던 게 아닐까 싶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김 작가는 “김원석 감독님의 신들린 연출력도 대단하셨고, 배우들과 제작진 모두 열심히 끝까지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시청자 분들에게도 감사하다”라고 배우, 제작진에게 공을 돌렸다.
김 작가는 함께 호흡을 맞추며 ‘명품 드라마’를 만든 김원석 PD에 대해 “김원석 감독님과는 정말 즐겁게 일했다”라면서 “대본에 대한 이해력이 정말 엄청나신 것 같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특히 2회에서 과거 경기 남부 연쇄살인사건 때 재등장한 과거의 재한이와 순경들이 피해자 시신을 찾는 장면, 장기 미제 전담 팀이 새로 결성되는 장면 등 여러 인물들이 출연하는 신들은 감탄하면서 시청했다”라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드라마에서 다룬 미제 사건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환기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범죄가 사라지긴 힘들겠고 미제 사건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증인, 증거가 부족한 경우도 있고, 뜻하지 않은 벽에 부딪힐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범죄의 피해자, 유가족들에 대해 사회적으로 더 폭넓은 지원과 위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번 드라마가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어렵고 다소 보기 힘든 장르물을 응원해 주신 시청자 분들께는 백번 감사하다고 해도 부족할 듯 하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다시 한 번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시그널’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지만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제작진은 전개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유발했다.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배려는 드라마 깊숙하게 깔려 있었다. 김 작가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는 “실제 지명이라든지 직접적으로 언급될 수 있을 만한 사건 이름을 사용하는 걸 최대한 자제했다”라면서 “사건 자체 역시 새롭게 각색을 했다”라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유가족들과 피해자에게 2차적인 피해가 갈까봐 조심스럽게 최대한 균형 잡힌 시선으로 전개를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시그널’은 반 사전 제작 드라마였다. 일찌감치 촬영을 시작해, 드라마 중반부에 모든 촬영이 끝났다. 대본이 탄탄했던 것 역시 여유로운 제작 환경 덕분이었다. 김 작가가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나 다른 장르는 모르겠지만, 장르물은 사전 제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장르물은 일단 세트보다 야외가 많고, 준비해야 할 소품도 엄청나다. 꼭 거기여야 하는 장소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본이 많이 나오고 여유 있게 준비해서 찍는 게 드라마 퀄리티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은희 작가는 장르물의 대가라고 불린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를 집필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로맨틱 코미디는 자신이 없다”라면서 “사랑 이야기가 제일 어려운 것 같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와 소재가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당장은 아무 생각이 없다”라면서 “사극이나 시대극도 써보고 싶지만, 그 정도 제작비가 아깝지 않을만한 기획이어야 할 텐데 아직 무르익은 얘기는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 “지금까지 썼던 드라마보다 좀 더 새로운 대본을 쓰려고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시그널’은 시즌 2 요청이 거세다. 김원석 PD는 최근 OSEN에 “작가님과 배우 스태프들 모두 드라마에 굉장한 자부심과 애착이 있어서 시즌2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괜히 시즌2를 만들어서 시즌1의 여운을 앗아갈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작가님과 시간을 두고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 작가 역시 “저 역시 하고 싶다”라면서 “하지만 제 욕심만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감독님과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가 모두 함께 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즌 2를 하려면 제대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계속 고민을 해보겠다”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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