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이 흔하디 흔한 오므라이스로 안방극장을 울렸다. 초반 박해영(이제훈 분)이 무심결에 먹던 오므라이스가 세상을 떠난 형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음식이었다는 사실이 후반에 공개되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 것.
김은희 작가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13회에서 해영이가 먹은 오므라이스의 감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해영은 어린 시절 인주 여고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죽은 형 박선우(강찬희 분)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오므라이스를 먹었다. 초등학생이었던 해영은 고깃집에 가서 오므라이스를 해달라고 졸랐고, 무전을 통해 해영을 알고 있었던 이재한(조진웅 분)이 가게 사장에게 남몰래 오므라이스 값을 거액으로 미리 지불했다는 이야기였다.
어린 해영을 쫓아내려다가 재한의 부탁에 오므라이스를 처음 만들어주고, 여전히 해영과 인연을 이어가는 고깃집 사장. 그리고 해영을 위해 거액의 돈을 고깃집에 맡긴 재한의 속깊은 정은 해영이가 허겁지겁 먹는 오므라이스 한 그릇의 장면과 함께 눈물샘을 자극했다. 현재는 죽은 재한이 살아나기를 바라는 안타까운 감정, 어린 해영이 겪은 극한의 상처에 대한 공감이 안방극장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김은희 작가는 왜 오므라이스를 택했을까. 그는 “제가 참 좋아하는 음식”이라면서 웃음을 지은 후 “서민적이면서도 매일 먹긴 힘든 음식, 가난한 가족이 외식으로 먹었을 만한 음식들을 떠올리다가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쉽게 먹을 수 있어서 특별한 의미가 아니었던 오므라이스는 ‘시그널’을 통해 그 어떤 눈물 장치보다 슬픈 소재가 됐다.
김은희 작가는 장기 미제 사건을 다루면서 사회적인 관심과 환기를 일으켰다. 공분을 자아내는 힘, 이 드라마는 그렇게 안방극장을 무섭도록 끌어들였다. 김 작가는 행여나 실제 사건 피해자나 유족이 받을 상처를 염려하며 조심스럽게 한 글자 한 글자를 써내려갔다. 드라마를 통해 그래도 남는 이야기, 사회를 조금이나마 바꾸는 일을 하는 작가의 사명감이기도 했다.
그는 “실제 지명이라든지 직접적으로 언급될 수 있을 만한 사건 이름을 사용하는 걸 최대한 자제했다”라면서 “사건 자체 역시 새롭게 각색을 했다”라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유가족들과 피해자에게 2차적인 피해가 갈까봐 조심스럽게 최대한 균형 잡힌 시선으로 전개를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 jmpyo@osen.co.kr
[사진] '시그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