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송중기로 이뤄낸 여심대통합이 아닐까. 취향을 파괴하고 대한민국 여심이 송중기로 쏠리고 있다. ‘태양의 후예’는 2016년 ‘지금은 중기시대’를 여는 드라마가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송중기는 맑고 부드럽게 생겼다는 ‘두부상’의 선두주자. 그처럼 두부상을 자신의 이상형으로 밝히는 사람도 있고, 진하고 남성미가 넘치는 상을 이상형으로 밝히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성 시청자들은 이러한 자신의 취향과 상관없이 매주 수요일을 기다리며 ‘송중기 앓이’를 하고 있는 상황.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하고 ‘태양의 후예’를 본 이들마저 함께 송중기로 대통합되고 있다.
KBS 2TV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 김원석, 연출 이응복 백상훈)는 낯선 땅 극한의 환경 속에서 사랑과 성공을 꿈꾸는 젊은 군인, 의사들의 삶을 담아내는 휴먼 멜로 드라마. 여기서 송중기는 특전사 대위 유시진 역을 맡았다.
유시진을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중 하나는 김은숙 표 대사다. 예고편으로 수십 번은 돌려봤을 “그때 허락 없이 키스한 거 뭘 할까요 내가.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라는 대사를 비롯해 “미인과 노인과 아이는 보호해야 한다는 게 내 원칙입니다”, “난 태어나서 지금이 제일 설레요. 미인이랑 같이 있는데 불 꺼지기 바로 직전” 등 농담과 돌직구를 가미한 대사 등이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송중기라서 살렸다는 반응도 많다. 그의 깔끔한 외모와 담백한 말투가 평상시 사용하기엔 다소 오글거릴 수 있는 대사들을 보다 담백하게 전달했다는 것. 오글거리는 대사야 누구든 할 수는 있다만 그처럼 담백하게 소화해 여심을 ‘심쿵’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에 눈빛은 또 어떠한가. 강모연(송혜교 분)을 향한 달달한 눈빛은 ‘당신에게 빠져있다’는 말을 대신하고 있다. 또 특전사로서 임무를 수행할 때는 올곧은 소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눈빛으로 여심을 저격하고 있다. 이는 부드러운 얼굴 속에 감춰진 상남자 같은 실제 송중기의 모습과 닮아 있기 때문에 더욱 딱 맞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이유들로 자신의 취향을 파괴하고 송중기에 ‘입덕’(入+덕후)한 대한민국 여성들의 송중기 앓이가 쉼 없이 진행되고 있다. 수요일만을 기다리게 하고 목요일 저녁이 다가오면 설렘과 동시에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불안함을 느끼게 하는 건 송중기의 힘이 크다. / besodam@osen.co.kr
[사진]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