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주일이 8일 같다.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때문이다. 월요일 아침이면 "이번 주 '태후'하는 데 말입니다" 한 마디로 기대감이 고조되기 시작한다. 송중기와 송혜교, '태후' 송송커플의 잔상이 아스라이 사라져갈 금요일 아침이면 "오늘 '시그널' 하는구나" 생각에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이번 주가 마지막인 것이 아쉽지만 '시그널' 효과는 다음 주 월요일 출근길까지 이어지니까. 그래서 요즘 1주일은 월화수목 '태후'일에 금토일월 '시그널'일을 합쳐서 8일처럼 느껴진다.
'태후'는 늪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지상파 드라마의 자존심을 살렸다. 송중기는 이제 넘사벽 미남스타로 자리잡았고 중국대륙을 홀린 송혜교는 드디어 국내 시장에서 명예 회복을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김은숙 작가가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송중기와 송혜교, 이른바 송송커플이 얼굴만 잘나고 예뻐서 '태후' 신드롬이 아니다. 이 둘의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멋있는 캐릭터와 귀에 쏙쏙 박히는 명대사들이 있기에 가능한 신드롬이다.
김 작가는 전작 '파리의 연인'에서 "애기야 가자" "내 안에 너 있다"로 박신양의 카리스마를 폼나게 세워주더니 '시크릿 가든'을 통해서는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로 현빈을 이 세상에 둘도 없을 멋진 재벌2세로 포장했다. 이외에도 "사과는 안 받는 걸로"(신사의 품격), "나 너 좋아하냐?", "넌 왜 맨날 이런 데서 자냐. 지켜주고 싶게"(상속자들) 등 그가 만들어낸 유행어 어록은 무수하다.
이번 '태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김 작가는 역시 남자 주인공의 입을 빌려 유행어를 만들어내는 공식도 그대로 이어갔다. 터프한 군인 유시진(송중기 분)이 "~지 말입니다"를 내뱉는 순간, 촌스러운 어법의 극치였던 다나까 체는 순식간에 여심을 강탈했다. 현실이 이러니 뭇 남성들이 앞다퉈 다나까를 반복할 밖에.
'태후'가 오글거리는 멜로를 신드롬으로 바꾸는 마술을 선보였다면 판타지 스릴러 '시그널'은 김혜수 조진웅 이제훈, 세 주인공의 생사를 놓고 시청자 애간장을 녹이는 마법을 부리고 있다. 이제 남은 방송은 단 2회뿐. '시그널' 팬들은 이번 주말을 애타게 기다리는 동시에 그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모순에 빠졌다. 이대로 '시그널'이 끝날 수는 없다며.
다행히 '시그널' 김은희 작가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시즌2'를)저 역시 하고 싶다. 하지만 제 욕심만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감독님과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가 모두 함께 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즌 2를 하려면 제대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계속 고민을 해보겠다”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시그널'은 지난 5일 방송분에서 평균 시청률 11.7%, 최고 13.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기준)를 찍었다. 자체 최고 기록이다. 그뿐일까. 첫 방송부터 이번 주까지 방송 전 회차를 통틀어 전 연령(10~50대) 남녀 시청층에서 케이블, 종편을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한 마디로 금토 프라임 타임에서는 당할 자가 없다는 이야기다. tvN 입장에서도 시즌제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이유다.
'시그널'은 과거의 형사 조진웅과 현재에 살고있는 범죄 프로파일러 이제훈이 시공간을 뛰어넘는 불가사의한 무전 연결로 사건을 풀어헤쳐가는 작품이다. 여기에 열혈 여형사 김혜수가 파릇파릇한 20대부터 혈기왕성한 30대까지 수 십년 세월을 커버하는 미모와 연기로 극중 로맨스 무드를 고조시켜 팬심을 자극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사전 제작 시스템을 일부 도입해 드라마 완성도를 높인 것도 흥행의 한 요인이다.
공교롭게도 '태후' 역시 100% 사전 제작으로 완성됐다. 초치기 대본이 난무하는 기존 드라마 시장이 왜 빨리 개선되야하는 지를 '태후'와 '시그널'의 대성공이 확실히 말해주고 있다./mcgwire@osen.co.kr
[엔터테인먼트 국장]
[사진] '태후' '시그널'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