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수의 저력이 tvN 드라마 '시그널'을 통해 더 반짝 반짝 빛나고 있다. 15년 전 신참 형사부터 장기미제전담팀 베테랑 형사까지, 김혜수는 과거와 현재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세심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쯤되면 나이를 연기하는 배우라 불러야 할 듯 하다.
김혜수가 연기하고 있는 차수현은 '수갑 하나당 짊어진 눈물이 2.5리터'라는 신조를 가진 15년 차 베테랑 형사로, 조폭을 동네 동생 다루듯하는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다. 남자도 제압하는 액션과 한 번 보면 주눅들게 되는 강렬한 눈빛, 낮게 깔렸지만 명확한 목소리 등 김혜수는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고 믿고 싶어지는 듬직한 여형사 캐릭터를 완성해 시청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김혜수의 저력은 과거와 현재의 완벽한 구별에서 더 크게 느낄 수 있는데, 특히 과거 선배인 이재한(조진웅 분)을 짝사랑하는 소녀적인 감성을 귀엽고 순수하게 그려내 많은 시청자들의 응원을 얻고 있다. 범죄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심 이야기가 되는 장르물에서 주인공들의 사랑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건 극히 드문 일인데, 이는 곧 김혜수와 조진웅이 만들어내는 로맨스가 너무나 애틋해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움직히게 만들었다는 의미가 된다.
앞서 김혜수는 첫방송에 앞서 차수현에 대해 "대본을 보고, 연기를 하면 할수록 이재한을 향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느껴져서 애틋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김혜수는 자신이 대본을 통해 느낀 차수현의 감정을 세월의 흐름에 맞는 크기로 연기해내 시청자들까지 공감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는 과거와 현재의 전혀 다른 오열 장면 하나로도 명확히 구별이 된다.
과거의 차수현은 병원으로 실려가는 이재한 앞에서 다른 여자를 좋아해도 좋으니 죽지만 말아달라며 대성통곡을 하며 숨길 수 없는 자신의 감정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하지만 현재 이재한의 백골 사체를 발견하고는 15년만에 장례를 치를 때 차수현은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솟구쳐 오르는 슬픔을 꾹꾹 눌러담았다. 이어 거수 경례를 하는 김혜수의 모습은 그간 이재한을 향한 차수현의 깊은 애정과 맞물려 안타까움을 극대화시켰다. 그리고 혼자 이재한이 남긴 액자를 끌어안고 크게 소리도 내지 못하고 숨죽여 우는 모습 역시 김혜수의 연기 내공을 십분 느낄 수 있었던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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