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히어로'가 나타났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 '짠'하고 나타난 그를 영웅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어느 누굴 영웅이라 부를 수 있을까? '태양의 후예' 송중기가 군인답게 멋진 모습으로 안방 극장을 유혹했다.
지난 10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 김원석 연출 이응복 백상훈)에서는 우르크에 남아있는 해성병원 의료팀과 지진 피해자들을 구하기 위해 급히 출국하는 시진(송중기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시진은 한국에서 일상을 보내던 중 우르크에 강진이 일어나 사람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앞서 그는 한국으로 전출 명령을 받고 우르크를 떠나 온 상황. 다시 한 번 이별에 실망한 모연(송혜교 분)은 그의 고백을 거절했고, 시진은 사과를 한 후 이튿날 아침 일찍 우르크를 떠났다.
여전히 서로에 대한 마음이 있는 시진과 모연은 각기 상대방을 그리워했다. 시진은 한국에서 적적한 휴가를 보내며 애꿎은 대영(진구 분)에게 전화를 걸어 "심심하다. 여기로 와 주시면 안 되느냐"고 싱거운 소리를 하기도 하고, "아직은 생각이 좀 나는데 곧 괜찮아지겠지 말이다"라며 스스로를 다독여보기도 했다.
그리워하기는 모연도 마찬가지였다. 아침 일찍 시진이 말없이 떠난 것을 알게 된 그는 허탈해했고 "그 모든 기회를 놓치는 내가. 그 사람은 얼마나 별로였을까?"라며 스스로를 탓했다.
다행히 운명은 두 주인공의 편이었다. 재난은 끔찍했지만,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 계기였다. 시진은 마치 처음 우르크에서 모연을 만났던 그 때처럼 멋지게 등장 했고, 모연이 지켜보는 가운데 구조에 나섰다.
시진이 헬기를 타고 내리는 장면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어둠이 짙게 깔린 우르크의 벌판, 제복을 입은 동료들과 함께 땅에 발을 딛은 시진의 모습은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 그를 넋 놓고 바라보는 모연의 모습은 아마 안방에서 TV를 시청하는 여성 시청자들에게서도 재연됐을 것이다.
김은숙 작가가 창조하고 송중기가 살을 붙인 시진은 남성에 대한 여성들의 판타지를 모두 뒤섞어 놓은 듯 완벽한 캐릭터다. 군인이라는 직업상 액션 영화 주인공처럼 몸을 쓰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야 하는 이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히어로 무비' 속 주인공들을 떠올리게 한다. 매력은 슈퍼맨, 배트맨 저리가라다. 사랑하는 여자의 신발 끈을 묶어 줄만큼 세심하게 배려하고, 힘든 순간 가장 필요한 말을 해줄줄 아는 센스는 영화 속 영웅들을 뛰어넘는다. /eujenej@osen.co.kr
[사진]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