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 남남케미는 많이 다뤄졌어도 이렇게 애틋한 여여케미는 또 오랜만인 듯싶다. 남자의 영혼이 여성의 몸에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진 일인데, 겉으로만 보는 케미스트리(조합)도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마마’의 송윤아와 문정희 조합에 이어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여여커플이 됐다.
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극본 노혜영, 연출 신윤섭)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갑작스레 죽음을 맞은 인물이 다른 사람의 몸으로 이승에서 살아갈 시간을 얻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는다.
특히 ‘돌아와요 아저씨’가 시청자들에게 코믹한 장르로 인식된 것은 여자의 몸에 들어가 버린 한기탁(김수로 분) 때문이다. 40대의 상남자 중에서도 상남자 기탁은 절세 미모의 20대 여성 한홍난(오연서 분)으로 다시 살아났다. 하드웨어는 홍난이지만 소프트웨어가 기탁이다 보니 영문을 모르고 보는 주변 사람들에게는 말릴 수 없는 일들만 일어나는 것.
하지만 그 중에서도 애틋한 장면들이 너무나도 많다. 원래 죽기 전 한이 있으면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에 떠도는 귀신이 된다고 하지 않았나. 기탁에게는 평생의 한이 되어버린 것이 짝사랑하던 송이연(이하늬 분)이라는 존재 자체다. 이연을 곁에서 지켜주기 위해 홍난의 몸으로 그녀의 매니저가 됐다.
지난 10일 오후 방송된 6회분에서는 이연이 드라마 여자주인공에서 잘리고 공식석상에서 창피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때 마치 ‘번개걸’처럼 등장한 것은 홍난. 홍난은 이연을 데리고 취재진들과 왕주연(류화영 분)의 팬들로 둘러싸인 제작발표회 현장을 떴다. 가녀린 몸매였지만 홍난의 모습에서 듬직함이 느껴졌다면 과언일까.
또한 여전히 이연을 사랑하는 마음에 작은 스킨십에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홍난의 모습이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했다. 상남자 본능은 시도 때도 없이 발휘됐다. 특히 눈가가 촉촉이 젖은 상태로 이연을 위해 이 모든 일들을 한다고 고백할 때는 이전까지 보였던 코믹한 장면들은 싹 잊을 만큼 진심이 전달됐다.
물론 사실은 김수로와 이하늬의 투샷인 것인데, 드라마의 설정 상 오연서와 이하늬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두 사람의 에피소드들은 여여커플의 한 획을 그을 만큼 케미가 넘쳤다. 홍난이 다시 기탁으로 살아 돌아와 이연 옆에 서는 것도 행복한 엔딩이겠지만 홍난과 이연의 다정한 모습도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 besodam@osen.co.kr
[사진] '돌아와요 아저씨'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