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극 ‘한 번 더 해피엔딩’은 방송 초반까지만 해도 혹평보다 호평이 더 많았다. 색다른 오프닝과 영화 ‘섹스 앤 더 시티’를 연상케 하는 여자들의 우정과 사랑, 결혼에 관한 현실적인 대사로 공감을 샀던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 재미를 잃고 이리저리 방황하기 시작했다. 중심이 흔들리자 바라보는 시청자들도 불안한지 채널을 돌리거나 본방 시청을 미뤘다. 덩달아 KBS2 ‘태양의 후예’가 시작하면서 있던 시청자들마저 떠나버렸다. 재혼 로맨스를 표방하며 리얼리티를 살렸지만 여러 가지로 안타까움을 남긴 드라마가 됐다.
지난 1월 20일 첫 방송한 ‘한 번 더 해피엔딩’은 십여 년 전 반짝반짝 빛났던 걸그룹 멤버들이 해체 후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그린 로맨틱 드라마를 표방했다. 돌싱 여성들이 각자의 사랑에 상처받고 아파하는 이야기를 유쾌 발랄하게 그려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로맨스에 코믹한 요소를 담아 속도감 있게 진행됐고, 장나라 정경호 권율 유다인 서인영 등 주연 배우들의 연기 호흡도 나름 볼만했다. 기존의 로맨틱과 비교해 새로운 것은 없었더라도 킬링 타임용으로선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여주인공 한미모(장나라 분)가 두 남자 송수혁(정경호 분)과 구해준(권율 분) 사이에서 고민할수록 시청률도 답보됐다. 아니 더 하락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터다. 시청자들은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그녀가 누구든 한 명에게 정착하길 바란다는 요청을 보냈다.
물론 평일 프라임 타임대 드라마가 이혼과 재혼을 그린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시각이 점차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줬다. 초혼이든 재혼이든, 남녀가 한 가정을 이루고자 할 때는 허례허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배려와 사랑이 더 가치 있다는 사실도 일깨워줬다.
10일 오후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 그 교훈이 여실히 드러났다. 기존의 관념대로 남자가 청혼하는 게 아니라 여자도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혼 위기에 처했던 부부도 소통을 통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주인공들이 아픔을 겪고 성장하며 다시 한 번 행복한 삶을 꿈꾸게 됐다.
막강한 ‘태양의 후예’가 있었더라도 미모가 조금만 더 마음을 빨리 결정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물론 드라마라는 게 인물의 갈등을 통해 이야기를 끌고 나가고 결말에 이르러서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일정한 ‘룰’이 있긴 하지만 안타까움이 배가되는 건 어떨 수 없다. 미모가 수혁과 썸을 탔다가 해준과 사귀고, 다시 수혁을 선택하면서 시청자들을 더욱 헷갈리게 만든 것이다.
전작 ‘달콤살벌 패밀리’가 저조한 시청률로 퇴장했는데 기대 속에 시작한 ‘한 번 더 해피엔딩’ 역시 빠져나간 시청자들을 다시 잡아오지 못했다. 이젠 후속작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 다시 한 번 희망을 걸어봐야 할 차례다./purplish@osen.co.kr
[사진] ‘한번 더 해피엔딩’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