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향상 실력을 위해 고등학생들이 수학의 정석을 기본서로 삼듯, 이른바 ‘발연기’를 벗어나기 위한 연기 초보자들에게 ‘배우학교’는 기본을 잡아줄 교과서가 될 것 같다. ‘연기의 신’으로 불리는 배우 박신양의 커리큘럼이 아카데미의 수업보다 살아있고 훨씬 재미있어서다.
장수원 유병재 박두식 이진호 남태현 등의 학생들이 매주 새롭게 진행되는 연기 수업을 통해 날이 갈수록 발전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역시 기본이 튼튼하면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아주 ‘모범적인 예능 프로그램’이다.
사실 스타들을 모아놓고 연기를 배우는 과정을 통해 가벼운 웃음을 주려는 프로그램인 줄만 알았는데 연기에 정평이 난 박신양의 존재감만으로도 색다른 개성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안기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하루하루 향상되는 학생들과 그들에게 날카롭지만 따뜻하게 조언해주는 선생님의 모습은 재미와 감동을 배가시킨다.
지난 10일 오후 방송된 tvN 예능 ‘배우학교’에서 박신양과 그의 제자들이 놀이공원 속 동물원에 가서 ‘동물 되기’ 수업을 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동물 관찰이 무슨 연기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반응이 다수였지만 연기력이 나아진 모습이 의심을 단박에 접게 만들었다.
박신양의 대단한 점은 조언을 하지만 상처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신양의 조언이나 가르침이 냉정하고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말을 들은 학생들은 상처를 받지 않고 되레 용기를 얻는다. 박신양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날 학생들은 연기 실미도 학교를 벗어나 소풍을 떠났기에 매우 설렌 모습이었다. 하지만 박신양은 제자들에게 동물을 관찰하다보면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부분이 생길 것이라며 3종류의 동물을 눈여겨보라고 했다.
호랑이부터 곰, 거북이, 침팬지, 원숭이, 뱀, 물개, 늑대 등 다양한 동물의 특징을 파악한 이들은 선생님과 단체 사진을 찍는 일정을 끝으로 현장 수업을 마쳤다. 박신양은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찐빵과 만두를 사먹으면서도 제자들에게 발음연습을 시키며 성실함을 강조했다. 하루종일 동물을 관찰하며 집중력을 발휘해왔기에, 잠시 쉬는 시간을 허용할 법도 한데 짧은 여유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지막 발표 수업에서 달라진 학생들의 태도와 실력이 박신양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그들의 동물 묘사 연기를 본 박신양은 얼굴에 화색이 돌며 한 명 한 명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나 남태현의 열정적인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감동으로 다가왔다.
동물 관찰 수업은 흔히 우리가 쉽게 알고 있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느끼는 데 도움을 준 시간이었다. ‘배우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작품에 합류하게 된다면 누구보다 든든한 기본기를 자랑하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게 될 것 같다./purplish@osen.co.kr
[사진]‘배우학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