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가 진화했다. 송중기와 송혜교의 재회 역시 뻔하지 않았고, 더욱이 재난 속 신파가 아니었다. ‘태양의 후예’가 송중기와 송혜교가 지진이라는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다시 만나, 군인과 의사로서 생명을 지키고자 애틋한 감정을 애써 숨기며 안방극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6회는 유시진(송중기 분)이 우르크 지진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휴가를 반납하고 우르크로 돌아오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강모연(송혜교 분)은 시진이 목숨이 위태로운 특전사라는 사실에 사랑을 주저했고, 시진은 기다리다 지쳐 모연을 떠났다.
이 가운데 지진이라는 참사는 두 사람을 재회하게 했다. 허나 사랑을 표현할, 그리고 반가워할 시간은 없었다. 시진은 무너진 건물 속 피해자를 구출해야 했고, 모연은 소중한 생명을 살려야 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다가 이내 각자의 일을 하는 상황, 이곳저곳 다친 모연의 풀린 신발끈을 묶어주며 무언의 위로와 안녕을 기원하는 시진의 모습은 뭉클하기 짝이 없었다.
눈물을 터뜨리거나,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한가한 순간이 아니었다. 평화를 위해 사람도 죽일 수 있는 시진, 생명의 존엄성을 중요시하는 모연은 가치관이 달랐지만 결국 지진이라는 재난 속에서 그 가치관이 맞닿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생명을 앗아가며 지키는 평화지만 결국 숱한 생명을 지키려는 시진, 긴급 상황에서는 가망 없는 환자를 보낼 수밖에 없어 절망하는 모연은 그렇게 접점을 찾았고 감동을 안겼다.
송혜교가 연기하는 모연은 로맨스 드라마에서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 대신에 자신의 몸을 내던지면서 생명을 구하는 적극적인 여성이었기에 더욱 매력적이었다. 시진이 모연을 구하기 위해 우르크로 돌아온 게 아니라 조국의 명예와 평화를 위해 왔다는 사실을 모연도, 그리고 안방극장도 알게 됐다.
울고불고하는 신파가 아니었다. 철딱서니 없는 로맨스도 아니었다. 서로 농담따먹기를 하던 한가한 두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진중했고, 군인으로서 의사로서 이리 뛰고 저리 뛰려는 이들의 애절한 로맨스는 더 설렘을 안겼다.
시진이 신발끈을 묶어주며 모연의 안전을 걱정하는 모습은 이 드라마가 단순한 로맨스를 담는 드라마가 아니라 인류애적인 가치를 담고 한 번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제작진이 로맨스와 휴먼 이야기를 함께 담겠다고 했던 자신감은 여기에 있었다. 특히 로맨스 드라마의 대가로 불리는 김은숙 작가는 ‘여왕의 교실’ 김원석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로맨스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면서도 뭉클한 인간애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김은숙 작가의 또 한 번의 진화인 셈이다. / jmpyo@osen.co.kr
[사진]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