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월' 송하윤 "원래는 중도하차..끝까지 갈줄이야" [인터뷰]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6.03.12 15: 22

이제는 주오월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배우 송하윤(31). ‘내딸 금사월’이라는 타이틀을 ‘내딸 주오월’로 바꾸자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번 작품에서 무거운 존재감을 발휘한 그를 신인이라고 아는 시청자들이 많지만, 사실 벌써 데뷔 13년차가 된 중견 배우다.
어쩌면 몇몇 사람들은 그를 송하윤이 아닌 김별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할 수도 있다. 송하윤이라는 이름은 지난 2012년 전 소속사로부터 선물 받아쓰기 시작한 이름이기 때문. 여름 하(夏)에 햇빛 윤(昀)이라는 밝은 뜻을 간직한 이름 덕분인지, 송하윤은 긴 무명시절을 보상할 만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촬영이 워낙 바빠서 사적으로 돌아다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인기를 실감 못하고 있었는데, 촬영장에 오신 어머님들, 아저씨들,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힘내라고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해주시니까 오월이 캐릭터가 많이 사랑 받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기계치라서 반응을 실시간으로 체크 못한 것도 있다. 원래 2G폰을 쓰다가 최근에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바꿔줘서 SNS도 만들고 나름 노력하려고 했는데, 버릇이 안 되니까 많이 챙겨보지 못했다.”

송하윤이 연기했던 ‘내딸 금사월’ 속 주오월 역은 무려 3단 변신을 거쳤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억척녀부터 사고를 당해 5살 어린 아이의 지능을 갖게 된 바보어른, 그리고 복수를 꿈꾸는 인물까지. 이처럼 변화무쌍한 모습과 함께 답답한 전개 속 통쾌한 복수를 선사하는 오월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너무 재밌다. 처음에는 사투리도 썼다가, 지능이 다섯 살로 내려갔다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의 캐릭터다.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지능이 떨어지는 역을 연기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막상 실제로 대본 받으니까 잠이 안 왔다. 잘못하면 시청자 분들이 불편하게 보실 수 있으니까 부담이 엄청 컸는데, 그냥 즐기면서 했다. 지능이 떨어졌을 때 오월 캐릭터가 많이 사랑 받아서 자신감을 잃지 않고 했었던 것 같다.”
놀라운 것은 원래 주오월은 극 중간에 사고로 세상을 뜨는 인물이었다는 점. 하지만 주오월이 ‘갓오월’로 불리며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던 탓일까. 주오월은 불사조처럼 살아남아 악인들 앞에 보란 듯이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물론 복수에도 성공했다.
“중간에 사고로 하차하는 캐릭터였는데, 끝까지 갈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오월 캐릭터가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렇게 된 거라 기분 좋게 열심히 촬영 했다. 재투입 당시에는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다. 아무래도 오월 역이 더 커진 거니까 그거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고, 어떻게 표현해야 시청자분들이 공감해주실까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사실 지금도 생각이 많다.”
물론 연기였고 마침내는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지만, 주인공들과 밀접한 관계를 자랑하는 핵심 인물인 오월이 죽음은 모두에게 충격적이었다. 이는 직접 오월을 연기한 송하윤과 그의 주변인들도 마찬가지였을 터.
“엄마가 제가 죽어서 영정 사진이 나오는 게 너무 싫다고 하셨다. 혼자서 많이 우셨다고 하시더라. 물론 지금은 좋아하신다. 찜질방 스타가 되셨다. 개인적으로 찍으면서 가슴 아팠던 장면은 남편한테 버림당할 때였다. 차에 버려졌을 때 현장에서 슛이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아침부터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최대철 오빠 만났을 때도 ‘오빠 진짜 나쁘다’라고 했다. 아이들 때문에도 가슴 아팠고 실제는 엄마는 아니지만 엄마 역을 하면서 이런 게 진짜 모성애가 있구나 느꼈다.”
사실 금방 뜨거워진 것은 그만큼 빠르게 식는다는 말 때문인지, 급부상한 스타들은 늘 언제 이 인기가 사그라지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기도 하는데, 송하윤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인기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인기나 인지도가 커진 걸 모르겠다. 기준도 모르겠고, 그런 개념도 모르겠다. 그래도 마트 가면 조금 느껴지긴 한다. ‘금사월’ 촬영할 때 마트에 가면 아줌마들이 빵이나 과자 찔러주시고, 법원신 촬영할 때도 한 아주머니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면서 눈물 글썽이시는 걸 봤는데 그냥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생각만 들었다.”
무명시절이 길었을 뿐 작품 활동은 꾸준히 해왔다는 송하윤. 하지만 다사다난했던 ‘내딸 금사월’만큼 그의 배우 인생에 의미 있는 작품도 없을 것이다. 워낙 감정이 다양한 캐릭터인 탓에 대본 외우기도 쉽지 않았고 여배우로서 예뻐 보이고 싶다는 욕심도 채울 수 없었다.
“오월 캐릭터를 주어진 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연기하고 나니까 감정이 더 예민해지고 커진 것 같아서 연기자로서 좋다. 흔한 캐릭터가 아니니까 저한테는 힘들기보다 재밌고 배우고 내가 더 마음이 넓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오월이를 연기할 때는 거울 한 번 볼 시간에 대본 한 번 더 보는 게 더 예쁘게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다. 메이크업도 제가 했다. 자다 일어나서 화장 번지고 머리가 떡져도 그냥 나가서 촬영했다.”
송하윤은 이번에는 버림받고 죽음까지 견뎌야 하는 힘든 역을 했던 만큼 다음에는 꼭 사랑 받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힘든 역, 밝은 역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송하윤은 여려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반성하는 모습으로 데뷔 13년차 다운 내공과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번작품 뿐만 아니라 매 작품 끝날 때마다 성격이나 성향이 바뀌었던 것 같다. 흥행 여부를 떠나서 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 거니까 갖고 있는 생각들이 버려지고 또 다른 제가 입혀지고, 그 상태가 반복되니까 작품하면서 생긴 버릇이 하루 일과 마지막은 무조건 나와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어떻게 했는지, 반성의 연속인 것 같다. 그러면서 깨달음도 많이 생긴 것 같다. ‘금사월’ 현장에서 선배님들이 진짜 한 마디의 말보다 백번의 행동으로 보여주셨던 것 같다. 그런 것에서 많이 배운 것 같다. 또 다른 자아 반성이 생기고 깨달음이 생겼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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