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하고 꼬시니 작정하고 넘어갈 수밖에.
또 다시 김은숙 열풍이다. 물론 드라마의 전면에 나선 배우 송중기와 송혜교의 인기가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지만, 결국은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집필한 김은숙의 마법에 다시 빠져든 모습이다. 시청률 10%도 유지하기 힘든 요즘, 단 6회 만에 30%에 육박하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해냈다. 작정하고 쓴 김은숙 작가의 전에 없던 재난 멜로에 시청자들이 단단히 붙들린 모습이다.
김은숙 작가는 지난 2004년 드라마 '파리의 연인'으로 신드롬적인 인기를 이끌어낸 장본인다. 50%가 넘는 시청률과 함께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 패러디, 배우 박신양을 향한 뜨거운 인기가 당시 연예계를 휩쓸었다. 이어 전도연이 주연한 '프라하의 연인'과 김정은과 이서진의 애틋한 멜로 '연인', 송윤아과 故박용하가 열연한 '온에어'까지 승승장구했다.
위기도 있었다. 달달한 로코가 아닌 로코와 정치물의 결합이었던 '시티홀'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0년 다시 '시크릿 가든'으로 전 국민을 사로잡았다. 남자주인공 김주원을 연기한 현빈은 '앓이'를 양산하면서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이어 어른들의 사랑을 그린 '신사의 품격'과 재벌가 고등학생의 이야기 '상속자들'까지 인기를 얻었다.
이후 2년여의 공백 끝에 내놓은 '태양의 후예'로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 100% 사전제작에 대한 우려를 깨부수고 열풍을 이끌고 있다. 요즘 어딜 가도, 누굴 만나도 '태양의 후예'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 멜로와 재난의 만남이라는 이 기묘한 조합은 김은숙 작가의 마법을 타고 시청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사실 김은숙 작가의 그간 작품을 보면 비슷한 패턴을 읽을 수 있었다. 재벌가 남자와 가난한 캔디 여자주인공의 사랑이야기. '파리의 연인'과 '시크릿 가든', 그리고 '상속자들'까지 신드롬적인 인기를 이끈 작품들 모두 이런 패턴이었다.
물론 매번 비슷하다고 말하면서도 높은 시청률을 이끄는 것은 김은숙 작가의 능력이다. 똑같다고 욕하면서도 시청자들이 볼 수밖에 없게, 그의 작품 앞으로 끌어들였으니 말이다. 비슷하면서 다른 매력으로, 오글거리고 유치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김은숙의 마법이다.
그런데 '태양의 후예'는 그간의 김은숙 작가의 작품과는 다르다. 재벌가 남자주인공도 아니고, 캔디형 여자주인공도 아니다. 능동적이고 자기 색깔이 확실한 의사 여자주인공과 정의롭고 애국심 투철한 특전사 대위가 주인공이다. 기존의 공식과는 확실히 주인공부터 멜로의 전개까지, 확실히 변화를 선택했다.
결과는 대성공. '시티홀'로 시도한 변화에서 주춤했던 것과 달리 김은숙 작가는 재벌의 로맨스보다 더 매력적인 의사와 군인의 재난 멜로를 써내고 있다. 까칠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더없이 매력적인 러브라인,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을 꾹꾹 눌러 담은 캐릭터들까지. 이렇게 작정하고 시청자들을 꼬시니 이번에도 역시 김은숙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부정할 수 없는 시청률, 신드롬 제조기다. /seon@osen.co.kr
[사진]OSEN DB,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