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은 죽지 않았다. 김혜수와 이제훈의 염원은 분명하게 이뤄졌다.
12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극본 김은희, 연출 김원석) 최종회에서는 그 동안의 이야기가 모두 정리됐다. 과거 숲속에서 죽을 뻔한 이재한(조진웅)은 죽지 않았고, 차수현(김혜수)과 박해영(이제훈)의 기억만 남겨진 채 모두의 기억은 사라졌다. 악은 응징됐다.
이날 최종회의 시작은 1회와 겹쳐졌다. 김윤정 유괴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들의 모습, 이재한(조진웅)과 경찰서에서 부딪히는 어린 박해영의 모습, 또 김범주(장현성)와 안치수(정해균)에게 까칠하게 구는 이재한의 모습 등이 말이다.
하지만 1회 때와는 달리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설명이 가능했다. 그동안 흘러왔던 총 16회의 이야기가 빈틈을 모두 가득 메운 것. 안치수가 이재한을 제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의 아픈 딸을 살리기 위해서였고, 이재한이 죽음을 당하게 된 것은 박해영의 형 박선우(강찬희)의 인주 여고생 사건의 무죄와 타살을 끝까지 증명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변한 것은 있었다. 앞서 차수현과 이재한의 무전이 과거를 변하게 한 것. 현재의 시간에서 김범주의 비리를 파헤치다가 총에 맞은 박해영은, 응급차에 실려가던 중에 이를 깨달았다. 차수현 역시 이재한에 대한 자신의 마지막 기억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만 병원에 실려간 박해영은 끝내 숨을 거뒀다.
진짜였다. 이재한이 총을 맞기 직전 형사들이 들이닥친 것. 이재한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고, 현장에서 총을 맞은 안치수와 김성범(주명철)은 체포됐다. 이후 살아남은 이재한은 차수현과 재회해 포옹했다.
과거가 바뀌자 박해영도 살아났다. 마치 긴 꿈에서 깬듯 일어난 박해영은 자신의 집이었다. 또한 엄마와 아빠가 따로 살지 않고, 함께 자신의 졸업까지 함께 한 사실로 변화됐다. 이재한이 선우의 결백을 모두 증명한 것. 더불어 김윤정 납치사건의 진범인 간호사도 과거에서 곧바로 잡혔다.
박해영은 바뀐 과거를 확인하고자 이재한 아버지의 시계수리점을 방문했지만, 박해영이 이미 15년전 실종된 상태라는 것을 확인하고 충격에 빠졌다. 또한 장기미제사건팀도 없어졌고, 김계철(김원해) 정헌기(이유준) 등을 포함한 모든 형사들은 박해영을 기억하지도 못했다. 무전기도 사라졌다.
시점은 다시 과거. 바뀐 과거로 살아난 이재한은 차수현과 첫 데이트를 했다. 껍데기집이었다. 박해영이 어린 시절 오므라이스를 먹게 된 바로 그 껍데기집이었다. "그 꼬마, 엄마와 아빠와 살게 되어 안온지 꽤 됐다"는 말이 바뀐 박해영의 시간을 설명했다.
이재한은 사라진 김범주를 쫓고 있었다. 이재한은 "김범주가 장기말에 불과하며,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 진짜 잘못을 바로잡아야 과거를 바꾸는 거고,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장영철(손현주)를 끝내 잡고 말겠다는 각오였다.
이재한은 김범주의 거처를 알아내, 차수현에게 알리고 먼저 현장을 급습했다. 그곳에서 맞닦뜨린 김범주와 난투극을 벌였다. 하지만 다수의 건달들이 현장으로 들이닥쳤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두 사람. 현재의 박해영은 당시 사건기록을 살폈고, 김범주가 경진동 폐창고에서 살해당했다는 것을 알게됐다. 이재한은 해당 살인사건의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됐고, 그대로 실종, 시효만료로 수사는 종료된 상태였다.
무전기가 필요했다. 이 모든 사실을 과거의 이재하에게 알려야했다. 그러던 중 "무전기가 없어도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뭔가를 알아낸 듯한 박해영은 곧장 경찰서로 향했다. 그곳에서 이재한의 형사 수첩을 들고와 맨 뒷장에 꽂혀진 메모지를 확인했다. 이재한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였다. 그곳에 적힌 주소지로 찾아간 박해영은, 그곳이 자신의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재한의 마지막 한 마디. "죄를 지은 사람이 합당한 벌을 받게 된 세상"은 그렇게 정말로 실현됐다.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는 차수현과 박해영은 그렇게 사라진 이재한을 찾아헤맸다. 그리고 이재한의 생존 가능성을 열어둔 채 한편의 명작 드라마는 마무리됐다. "2월 5일 정현요양병원에 절대 가면 안돼"라는 문자, 그리고 이재한의 아버지가 그의 생존을 알고 있는 유일한 조력자인 것이 이를 입증했다. / gato@osen.co.kr
[사진] '시그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