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에릭남은 언제부터 노래도 잘했나 묻는다면 원래부터 잘했다. 인터뷰 실력이 워낙 뛰어났던 것이 가수로서는 비극이었던 걸까. 알고 보면 더욱 팔방미인인 에릭남이 가수로서의 실력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에릭남은 지난 12일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에서 문주란의 ‘공항의 이별’을 선곡했다. 대결 결과 1부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달달한 음색과 소울풀한 감성이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았는데 성공했다.
에릭남은 지난 2011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2’를 통해 혜성 같이 등장했다. 여성들이 좋아할 깔끔한 외모에 댄디한 스타일, 달달한 음색까지 노래로만 갔어도 인기는 어느 정도 보장돼 있었다.
에릭남이 뜻밖의 재능을 보인 분야는 해외 스타들과의 인터뷰였다. 스타들은 그와 인터뷰를 한 번 하고 나면 국내에서의 ‘인생 인터뷰’를 경신할 정도로 화기애애한 추억을 남기곤 했다. 인터뷰는 단순히 그 나라 언어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에릭남은 상대방을 곤란하게 하지 않으면서 위트도 있었다. 어느 순간 할리우드 스타의 전담 인터뷰어가 됐다.
그의 재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본업인 가수로서 보이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 에릭남이 ‘불후의 명곡’에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무대에 올라 자유롭게 애드리브를 펼치며 무대를 완성한 에릭남은 무대 밑에 내려오자마자 주저앉을 정도로 심하게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 와중에 지나가는 스태프에게 일어나서 공손히 인사하는 모습은 그를 더욱 매력적이게 보이는 요소.
다행히 무대는 성공적이었다. 그의 가창력과 여유로움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컬리스트 중 한 명인 김태우도 엄지를 치켜들 정도였으니까. 재미교포 출신이라 겪는 한국어 발음 문제, 또 한국 정서 문제 등 고충이 없을 순 없지만 노력으로 감동을 전하는 에릭남에게 관객들도 박수를 보냈다.
에릭남의 노래 실력을 알고 있었던 사람도, 몰랐던 사람도 다시 한 번 에릭남에게 빠져드는 감동적인 무대였다. 앞으로 ‘가수’ 에릭남의 진사를 자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불후의 명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