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한 "김현주 포용력 넓은 연기, 쇼크받았다" [인터뷰①]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03.13 08: 40

배우 이규한은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이미지 그대로 참 솔직한 배우다. 진중한 부분이 많을 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빵 하고 터트려주는 유머 포인트도 참 남다르다. 이런 모습들이 그가 연기한 '애인있어요' 속 백석과 묘하게 닮아 있다. 어찌보면 이규한이 백석이라는 캐릭터를 만나게 된 건 필연인 셈이다.
이규한은 최근 종영된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에서 변호사 백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백석은 해강(김현주 분)만을 절절히 사랑했던 인물로, '등대'라는 별명처럼 늘 변함없이 해강이 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게 이끌어주는 역할을 했다. 기억을 잃어버리고 힘들어하는 해강만큼 아파했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해강에 많이도 울었다. 그럼에도 그는 기꺼이 해강의 버팀목이 되어 위로와 사랑을 동시에 전하곤 했다.
자상하고 유머 넘치고 정의롭기까지 한 이 남자. 남편감으로 딱이다. 그런데 해강의 눈엔 진언(지진희 분)만 가득했으니, 가끔은 해강에게 정신차리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 그만큼 백석은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그리고 이는 이규한의 탄탄한 연기력을 통해 더욱 빛이 날 수 있었다.

비록 시청률적으로는 경쟁작이었던 MBC '내 딸 금사월'에 밀려 아쉬운 기록을 내긴 했지만, 배우들이 생각하는, 또 애청자들이 마음 속에 새긴 '애인있어요'는 명작 중의 명작이었다. 이규한 역시 "'애인있어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며 배유미 작가, 최문석 PD, 같이 연기했던 김현주 지진희 공형진 등 모든 이들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규한은 "촬영 현장 분위기가 나빴던 적이 없었다. 대본이 늦게 나와도 PD님이 정말 빨리 찍으신다. 머리 속에 콘티가 다 있어서 정해진대로, 딱 쓸 장면만 찍으신다. 정말 대단하시다. 배우들과 호흡하고, 대화하는 것도 좋아하신다. 그래서 앞으로도 작품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다"며 최문석 PD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극을 이끌어가는 남녀 주인공이 무너지면 드라마도 그렇고 다른 배역도 함께 무너지고 만다. 그걸 잘 알기 때문에 해강과 진언, 두 사람을 조금이라도 비호감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 있다. 자칫하면 캐릭터가 안 좋아보일 수도 있었는데, 진희 형과 현주 누나가 그렇게 끌고 가지 않았다. 우리끼리도 최진언이라는 역할을 진희 형이 하지 않았으면 큰일날 뻔 했을거라는 말을 많이 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지진희라는 배우의 힘을 많이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사랑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으로 연기를 하면서 질투를 느끼진 않았을까. 이에 대해 이규한은 "질투 많이 났다. 그래서 나 나오는 부분 외에는 안 보려고 했다"며 "감독님께도 진언과 해강이 달달한 부분 나오는 건 솔직히 약올라서 안 본다라고 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뤄질 수 없는 짝사랑인 걸 알고 시작을 했지만 그래도 연기를 하는 중간에는 욕심이 많이 났다. 현주 누나 역시 자칫 잘못하면 해강이 나빠보일 수 있을까봐 진짜 나에게 마음을 많이 안 줬다. 나중에 혹시라도 백석을 배신한 것처럼 비춰지면 안 되니까. 진언이 바람을 피우고 배신을 했던 것처럼 보여지면 이야기를 끌고 갈 명분이 생기지 않게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백석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 여자 참 매몰차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꽤 많았다."
그럼에도 이규한은 '등대'같은 백석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끝까지 희망의 끈 하나는 놓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백석의 감정와 맞닿는 대사를 할 때는 진짜 그가 느낄 슬픔으로 인해 함께 마음 아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뻔히 떠날 여자인 걸 알고, 또 보내주는 척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혹시'하는 희망의 끈 하나는 쥐고 있는 감정을 연기하려 했는데 그런 부분이 참 짠했고 슬프더라. 또 모르지 않나. 작가님이 '안되겠다. 백석에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드실수도 있으니까.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웃음)"이라고 다시 한 번 백석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실제 자신이 백석이라면 쉽게 해강을 보내지 못했을 거라고. 그는 "백석이 아무리 착하고 해강을 많이 사랑하는 남자지만, 그렇게 사랑을 한다면 과연 쉽게 보내주고 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 싶더라. 그래서 초반에 현주 누나에게 '나라도 해강의 정체를 숨기고 말 안 해줄 것 같다'는 얘기를 했었다. 물론 대본도 그렇게 나왔고. 아마 제가 백석이라도 노심초사했을 것 같다"라고 극 초반 먼저 해강의 정체를 알았지만 이를 곧바로 알리지 못했던 백석의 심정이 너무나 잘 이해가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규한은 함께 호흡한 김현주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연기 호흡이 잘 맞았다기 보다는 누나가 잘 맞춰주셨다. 연기도 포용력이라는 것이 있는데 누나는 연기력으로 포용을 잘 해주신다. 상대 배우가 어떻게 하든 잘 맞춰춘다. 상대가 울 수 있도록 맞춰주고 리액션도 해준다. 현주 누나를 통해 참 많은 것을 배웠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쇼크도 받았다. 저 자신이 연기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안 하고 안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연습을 더 많이 했다. 혹시라도 제가 쳐지게 된다면 저만의 손해가 아니라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고 손해를 받게 된다. 최소한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준비를 더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말하며 연기적으로 더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저는 연기를 하면서 지금까지 제 연기에 대해 만족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저는 제 실력이나 위치를 냉정하게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지금까지는 신인 배우들과 연기를 많이 해서, 그 분들에 비해 그나마 조금 더 잘해보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현주 누나, 진희 형, 형진 형과 같이 연기를 하면서 저희 수준을 많이 실감했고 자극을 많이 받았다. 정말 많이 배웠다." /parkjy@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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