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유미 작가는 명대사가 많기로 유명한 작가다. 이번 SBS 드라마 '애인있어요'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사랑을 속삭이는 대사 뿐만 아니라 인생을 관통하는 대사들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박혀 깊은 인상을 남기곤 했다. 배석 역을 맡았던 이규한 역시 이를 긍정하며 "정말 좋은 대사였다"고 말했다.
이규한은 "연기를 하면서도 좋은 대사라고 많이 느꼈다. 물론 현실에서 많이 안 쓰는 표현들이기 때문에 어렵기도 했고 진언(지진희 분)이나 해강(김현주 분) 같은 경우엔 대사량이 정말 많았긴 하지만 대사가 정말 좋았다. 그런 대사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연기하는 것이 행복하다. 분량 상관없이 대사를 하고, 연기를 하는 것이 재미있다. 그만큼 배유미 작가님이 글을 잘 쓰신다"고 입이 닳도록 배유미 작가의 대본에 대한 존경어린 마음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는 "팔이 마비가 된 상태에서 해강을 위로하던 장면이나 극 초반 해강과 같이 지내면서 했던 대사들이 짠하긴 했지만 정말 좋았다. 워낙 표현을 많이 하는 역할이라 그런 대사가 특히 많았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배유미 작가님은 종방연 때 아프셔서 못 오셨다. 대본 완고하자마자 쓰러지셨다더라. 드라마 하는 중간에는 작업실에서 안 나오다 보니 땅을 못 보셨다고 들었다. 그 정도로 모든 걸 쏟아내셨으니 쓰러질만 한 것 같다"며 배유미 작가에게 감사 인사를 직접 전하지 못해 아쉽다고 고백했다.
"정말 버릴 캐릭터가 없었다. 그리고 담아내는 내용도 50회를 끌고 갈만큼 많았다. 물론 해강과 진언의 멜로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을 정도로 재미있다 보니 다른 이야기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충분이 긴장감 있고 재미있었다고 생각한다. 대본을 볼 때마다 재미있었다."
이어 이규한은 "이 드라마를 하면서 사랑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연기지만 이렇게 순수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새롭더라. 아직 눈물을 흘릴만한 감수성이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드라마 속에서 멜로 연기를 하려면 스스로 나라는 벽을 많이 허물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애인있어요'를 통배 배우로서 성장한 부분도 전했다.
그렇다면 이규한이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는 무엇일까. 이를 묻자 이규한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악역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까지 가벼운 것을 많이 해서 무게감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내가 정말 원하는 캐릭터를 만나려면 스스로 여유가 있고, 또 기다리는 자세를 취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며 "단순히 일에 대한 욕심이 넘쳐나서 끊임없이 일을 계속 했다"라고 쉬지 않고 일을 하다 보니 정작 자신이 하고 싶어하던 캐릭터를 만날 기회가 적었다고 고백했다.
"늘 드라마가 끝나면 다음 드라마로 연결되어야 하는 조급함이 있었다. 연기를 계속 해야 한다는 걱정이 항상 있었다. '케세라세라'를 끝내고 나서 2년을 무작정 기다리기만 했었고, 그 때 트라우마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일은 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소속사인 가족액터스를 만나면서 지난 해 7~8개월 정도를 쉬면서 예능을 했었다. 연기를 이렇게 오래 쉰 것은 처음이다. 그러고 나니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더라. 예전 같았으면 들어오는 작품을 다 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속사와 상의를 한 끝에 더 좋은 작품을 하기 위해 기다리기로 했다. 이 사람들을 많이 믿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규한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한 마디를 물었다. 이에 이규한은 "30대 중반을 살면서 제 자신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버텨라'였다. 그게 제일 맞는 것 같다. 지금껏 버텨왔고 지금도 버티고 있으며, 앞으로도 버텨야 한다. 그게 인생인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솔직함의 대명사, 이규한의 마지막 대답 역시 솔직함 그 자체였다.
"누구나 다 버티고 산다. TV에 나오는 사람들이라고 다를 건 없다. 누구나 다 직장에서 버티고 살듯이 저 또한 그렇다. 오히려 더 불안할 때도 있다. 이 직업 역시 버텨야 하는 직업이고, 그래서 항상 연초가 되면 잘 버텼다, 잘 버티자라고 생각한다." /parkjy@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