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마지막회까지 손현주가 보여준 특별출연의 품격은 완벽 그 자체였다.
손현주는 지난 12일 종영된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극본 김은희, 연출 김원석)에 비리의원 장영철로 특별출연했다. 김은희 작가와의 인연으로 미제 사건이었던 대도 사건부터 출연했던 그는 인주시 여고생 성폭행 사건에 깊이 연루된 모습으로 끝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장영철은 지난 7회에 대도 사건의 피해자로 첫 등장했는데, 형사 이재한(조진웅 분) 때문에 곤란해지는 상황이 생기자 날선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며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무겁다 못해 소름끼치는 분위기로 상대를 제압한 것. 그러다 그는 곧 미소를 지으며 이재한의 옷깃을 여며주며 숨막히는 긴장감을 이어갔다.
그의 잔혹한 성정이 드러난 건 지난 14회 방송에서였다. 인주시 여고생 성폭행 사건의 진범인 자신의 조카를 숨기기 위해 철저하게 사건을 조작했던 그는 비리 조사를 앞두고 살려달라 애원하는 김범주(장현성 분) 앞에서 송아지 고기를 여유롭게 구워 먹으며 송아지와 사냥개 얘기를 했다. 송아지에게 호사를 베푸는 건 다 잡아먹기 위함이며, 사냥개가 미쳐서 쓸모가 없으지면 버리거나 때려 죽이거나 한다는 것. 그리고 그는 김범주에게 "더 이상 미쳐 날뛰지 말라"고 협박을 하며 소름돋는 권력의 잔혹함을 드러냈다.
악랄함을 감춘 그의 가면은 현재까지도 이어졌다. 마지막회에서 그는 자신이 주도했던 진양 신도시 재개발 비리가 온 천하에 드러나고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되는 등 궁지에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물론 극에서는 장영철이 법의 심판을 받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았다. 이는 곧 현실과 맞닿아 있어 안방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동시에 씁쓸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시그널'은 주연 배우는 물론 악역들까지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줘 극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손현주는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차별화된 악역 캐릭터를 완성했다. 표정 하나, 대사 하나까지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 손현주는 온화한 표정과 섬뜩한 눈빛을 동시에 가진 이중적인 면모를 순간순간 드러내며 '시그널'의 품격을 더욱 높이는 역할을 해냈다. 왜 그가 '믿고 보는 배우'일 수밖에 없는지가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 /parkjy@osen.co.kr
[사진] '시그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