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계약’ 이서진이 대본 속 캐릭터를 연기하기보다 배역 그 자체로 살아 숨 쉬는 메소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삼시세끼’에서 줄곧 보던 ‘까칠 서지니’가 나타난 듯 자연스럽고 유려하다.
그가 정형화된 재벌 연기가 아니라 사실적인 인물이 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 힘을 빼고 몸과 마음을 자유자재로 이완시키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옭아맸던 올가미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이서진을 보여주는 듯하면서도, 재벌가의 가식과 편견에 갇힌 한지훈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12일 방송된 MBC 주말극 ‘결혼계약’(극본 정유경, 연출 김진민) 3회에서 한지훈은 친모(이휘향 분)를 살리기 위해 강혜수(유이 분)와 계약 결혼 계획을 세우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는 혜수의 간을 어머니에게 이식해주기 위해 그녀에게 거액을 제안한 상황이다.
이날 혜수와 그의 딸을 레스토랑 안으로 본격적으로 들여오면서 지훈의 신경이 곤두섰는데, ‘삼시세끼’에서 보던 이서진의 모습이 불쑥불쑥 엿보였다. 제작진의 제안에 불만을 토로하며, 비비꼬인 말투로 심통을 부린 ‘서지니’와 한지훈, 이서진이 마치 한 인물인 듯 이질감이 없었다.
예능에서 이서진은 나영석 PD의 부탁을 들어주면서도 불만을 토로하는 ‘심쿵 츤데레’로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았는데, 한지훈 캐릭터 역시 강혜수에게 냉정한 면모를 보여주지만 끌리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따뜻한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감정 표현에 솔직해 시간이 지날수록 친밀해지는 이서진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결혼계약’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이해관계로 만난 한지훈과 강혜수가 차츰 사랑의 감정을 느껴 진정한 부부로 거듭난다는 얘기를 그린다. 각각의 배역을 맡은 이서진과 유이가 많은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을 설득시키는 멜로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purplish@osen.co.kr
[사진] ‘결혼계약’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