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을 읽는 눈이 탁월하다. 래퍼이자 방송인 데프콘이 ‘덕후’들의 입맛을 제대로 잡으면서 호감을 제대로 사고 있다. 네티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재미를 만들어가는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속 활약이 특히나 눈부시다.
취미와 관심사를 심도 있게 공유하고 그 안에서 함께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나가는 능력이 꽤나 인상적. 애니메이션과 피규어, 신발 등 ‘덕후’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아이템을 들고 나와 다양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언급해가며 네티즌들을 모았고, 이들의 ‘드립력’까지 활용해내는데 성공하면서 ‘꿀잼’을 선사했다.
좋은 반응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지난 12일 방송된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 김구라, 빽가, 가희-배윤정, 유민주와의 콘텐츠 대결에서 당당하게 1위를 거머쥐었다. 소장 중인 신발을 직접 스튜디오에 전시하고, 신발 전문가를 초대, 신발에 담긴 다양한 에피소드를 공개하면서 ‘덕후’들을 모은 것이다.
“너무 감사하지만, 오늘은 진짜 한 게 없다”는 그의 말처럼 데프콘은 이날 특별히 한 것이 없다. 다른 참가자들이 자신이 가진 재능을 뽐내가며 방송 분량을 알차게 채워갈 때, 데프콘은 신발에 담긴 사연을 소개하고, 추첨을 통해 네티즌들에게 선물을 나눠줬을 뿐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데프콘의 채널에 몰렸고, 호평을 쏟아냈다.
비결은 뭘까. ‘덕후’들을 잡은 것이 핵심이었다는 평이다. 일단 데프콘 자체가 ‘덕후’였기에 자연스럽고 흥미로운 소통이 가능했다. 애니메이션 피규어를 어린시절부터 모아왔고, 조던 신발을 수집하면서 네티즌의 한 명으로 그간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들을 공유해왔다. 남자들의 취미를 소개하는 ‘겟 잇 기어’나, ‘덕후’ 몰이 방송 MBC 에브리원 ‘비밀병기 그녀’를 진행하기도 한 바.
이에 그는 누구보다 ‘덕후’들의 심리를 잘 알고, 그들이 공유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무엇에 열광하는지를 꿰뚫고 있다. 네티즌들의 ‘드립력’이 하늘을 찌른다는 것도 알고 있고.
여기서 재미있는 포인트들이 만들어진다. 데프콘은 특정 dc인사이드 갤러리들을 언급하며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인증샷을 ‘허언증 갤러리’에 올려달라는 등의 요청이 이에 해당되는데, 그의 한 마디에 실시간으로 해당 갤러리의 뜨거운 반응이 일면서 네티즌들이 데프콘의 채널로 몰리는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데프콘은 네티즌들이 치는 재미있는 애드리브 멘트를 하나씩 언급해가며 웃음을 폭발 시키면서 재미를 더했다.
최근 예능계는 ‘덕후’들에 눈을 돌리고 있다. MBC ‘능력자들’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네티즌들과의 실시간 소통을 무기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는 분위기. 이 같은 타이밍에 데프콘은 안성맞춤형 예능인이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활약에 더욱 큰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joonamana@osen.co.kr
[사진]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