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의 눈이다. 눈이 째졌다고, 게슴츠레 떴다고 놀리는 말이 아니다. 곡의 메시지를 읽어내고 핵심을 짚어내는 날카로움과 참가자의 장점을 확실하게 캐치해내 칭찬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5’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 중인 가수 겸 작곡가 유희열의 이야기다.
끝을 모르고 포텐을 터뜨리는 참가자들만큼이나 심사위원들의 평가와 입담이 살아나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된 ‘K팝스타5’에서 역시 TOP8 멤버들은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고, 심사위원들은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심사평을 내놨다.
특히 유희열의 심사평이 놀라울 정도로 분석적이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TOP8에 오른 참가자들이 첫 번째 생방송 경연으로 가는 관문에서 1:1 배틀로 진검승부를 겨뤘다. 그중 싱어송라이터인 안예은의 무대가 시청자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중독적이면서도 귀에 낯설지 않은 멜로디와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부분이 인상적.
유희열의 심사평도 만만찮게 인상적이었다. 날카로운 눈으로 안예은의 무대를 지켜본 유희열은 심도 있는 평가를 내놨다. 그는 “가사가 너무 재미있다. 사랑에 대한 노래. 남자친구랑 헤어진 건데 이별을 어떻게 이렇게 표현하지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첫 번째 줄에서 일단 게임이 끝난다. ‘네가 사준 신발 헐값에 팔아버렸어. 사이즈도 안 맞았어. ’구 남친‘이 사이즈도 안 맞는 신발을 사줘서 팔아버린 거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네가 사준 향수 홧김에 쏟아버렸어 향은 참 좋았는데...이게 안예은 표 가사구나 싶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후에 등장하는 평이 꽤나 분석적이다. 유희열은 “예은 양이 지금까지 곡 중에 스타일이 겹치는 게 한 곡도 없다. ‘홍연’은 사극 멜로 보는 거 같았고 ‘그때’ 는 포크풍의 청춘 같았고, ‘경우의 수’는 마음이 절절한 발라드였다. ‘스티커’는 호러물 같았고, ‘미스터 미스터리’는 스파이물을 보는 것 같았다. 겹치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스타일도 다르고. 한 가지 공통적인 맥이 있다. 유머러스한 아픔이 있다는 것. 그래서 작가 같다. 얘기를 듣고 싶다. 흥미롭다”고 평했다.
참가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다면 나올 수가 없는 심사평이 아닌가. 그간 안예은이 어떤 곡을 써왔고 무슨 이야기를 해왔는지 모두 파악하고 있는데다가 공통점과 긍정적인 부분을 제대로 조명했다. 아티스트를 뽑고 육성해야할 프로듀서로서의 덕목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셈이다.
누가 붙인 별명인지, 유희열은 ‘매의 눈’이 확실하다./joonamana@osen.co.kr
[사진] 'K팝스타5'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