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명 '누워서 하는 방송'을 하면서도 이상하게 힐링과 웃음이 빵빵 터져나온다. 이래서 '갓경규'라고 하나보다.
이경규는 지난 13일 다음팟을 통해 생중계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MLT-23에 반려견들과 출연해 '신개념 방송'을 보여줬다. 강아지 사랑이 지극한 것으로 유명한 이경규는 반려견인 뿌꾸가 낳은 생후 15일된 강아지들을 분양하겠다고 했다.
그는 강아지들이 뿌꾸의 젖을 빠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생명의 존엄성을 보여주는 방송이다. 워낙 자극적인 방송이 많은데, 오늘은 그런 방송이 아니다"며 "이 강아지를 보시고 강아지에 걸맞는 이름을 지어주시는 한 분을 뽑아 강아지 한마리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때 이경규가 내놓은 분양 조건은 "혼자 사시는 분은 절대 안 된다"였다. 혼자서는 강아지를 키우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였다. 그는 "부모님과 같이 살면 좋고, 또 다른 개가 있으면 더 좋다. 그리고 성격이 좋아야 한다. 이것이 분양 조건이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KBS '남자의 자격'을 통해 인연을 맺은 유기견 남순이의 근황도 공개하며 애정을 듬뿍 전했다. 이경규는 뭔가 많은 것을 하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그저 강아지들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심지어 드러눕기까지 했다. 이에 "뭐하는 방송인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늘자 "이런 방송도 있어야 한다"며 당위성을 부여했다.
이어 이경규는 "다음주에는 실시간으로 낚시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하더니 "이 혼탁한 시대에서 새 생명이 자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행복한가. 대한민국 예능은 오늘 전과 후로 나뉠 것"이라고 예능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같은 이경규의 모습에 동화된 시청자들은 "묘하게 힐링된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는데 결국 이경규는 전반전 1위를 차지했다.
기대 이상의 결과에 이경규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한 것도 없는데 1등이래. 이건 내 가족의 승리"라며 기뻐했다. 방송을 시청하던 이들 역시 "누워서 방송할거라더니 언행일치 방송이네", "왜 예능 대부인지 알겠다"며 함께 축하를 했다. 분명 다른 출연자들처럼 뭔가를 보여주겠다고 나서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워 있기까지 했는데 이상하게 웃게 된다. 뭐하는 방송인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난해한 '날림 방송'인데도 계속해서 보게 된다. 이것이 이경규를 '갓경규', '예능 대부'라 부르며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우게 되는 이유다. /parkjy@osen.co.kr
[사진] '마이 리틀 텔레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