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참 인간적이야"
인간적이란 건 뭘까? 흔히 인간적이라는 말은 '결점이 있지만 그래서 정이 간다'는 의미로 쓰인다. 알파고가 생각지도 못했던 신기술들을 선보이며 3연승을 거두는 저력을 보여도, 지켜보는 이들은 패배에 아파하고 승리에 미소 짓는 이세돌을 응원하게 된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기계 앞에 선 바둑 고수는 제아무리 뛰어나도 약점을 가진 나약한 인간일 뿐이며, 이를 지켜보는 구경꾼들 역시 그런 모습에 공감하는 인간이다.
이 관점을 히어로 영화 제작사 양대 산맥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를 비교하는 데 놓고 보면 어떨까? 전통적으로 마블의 캐릭터는 DC의 캐릭터들보다 '인간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아왔다. 슈퍼맨이나 배트맨 같은 DC의 캐릭터들이 진중한 성격으로 인해 늘 고뇌에 빠져있는 인물들이라면, 마블의 캐릭터들은 비교적 감정이 풍부하고 정서적, 신체적 약점들을 적어도 하나 이상씩 가진 '인간적'인 인물들이다.
예컨대 아이언맨부터 시작해 헐크나 캡틴 아메리카, 최근 나와 큰 인기를 거둔 데드풀까지(비록 영화는 20세기 폭스사에서 나왔지만) 마블 출신 히어로들은 눈에 띄는 콤플렉스 혹은 결점을 갖고 있다.
캡틴 아메리카는 슈퍼맨과 비교해도 될 정도의 선한 인물이지만, 다소 고지식하고 독단적이라 우스꽝스럽게 비칠 때가 있다. 아이언맨은 삐딱한 면이 있어 종종 자신도 해결하기 어려운 사고를 친다. 게다가 알코올 중독자이기도. 헐크는 자신의 초인적 능력 자체가 약점이라 사회적으로 공격을 받는 위치에 있다. 데드풀은 또 어떤가? 그는 영웅이라 불러도 될까 싶을 정도로 정의감이나 책임감이 없는 모습이다. 히어로라면 응당 어린이들의 희망(?)이 돼야 하거늘 그의 입을 통해 터져 나오는 '19금' 농담은 어른들도 놀랄 수준이다.
이처럼 마블사의 영웅들이 DC사의 영웅들에 비해 캐릭터별 성격이 분명하다. 이는 이야기 자체를 중시하는 DC와 흥미로운 캐릭터를 중시하는 마블의 색깔 차 때문으로 해석된다. DC는 주인공들을 헤어 나오기 어려운 악당이나 역경에 맞닥뜨리게 하고, 이를 해결해 나오는 과정에서 재미를 찾는다. 마블의 경우엔 주인공들의 결함이 본래의 사건을 더 크게 만들어 버리고, 이렇게 부풀려진 사건을 해결해 가는 데서 재미를 찾을 때가 종종 있다.
마블 캐릭터의 이토록 인간적인 면은 결과적으로 관객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어필'된다. 약점 많은 마블 캐릭터들의 출구 없는 매력은 앞으로도 계속해 팬들의 마음을 흔들 예정. 오는 4월 개봉할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캡틴아메리카: 시빌 워',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