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작'이라는 말이 딱이다. 연기는 잘하지만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에서 흥행 고배를 마셔야 했던 두 사람, 조진웅과 진구가 이번에는 잘 만든 드라마 하나로 대박을 터트렸다.
조진웅은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극본 김은희, 연출 김원석)에서 강력계 형사 이재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잔머리 굴릴 줄 모르고 한번 시작하면 무조건 끝을 보고야 마는 이재한은 조진웅의 우직한 분위기와 탄탄한 연기력을 통해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았다.
극 초반부터 이재한은 살해를 당했다는 설정이었는데, 그는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절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또 박해영(이제훈 분)의 부탁대로 미제 사건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크고 강렬한 메시지를 안겼다. 이 시대가 원하는 형사이자 인간상을 제시한 이재한에 시청자들은 "이재한을 살려주세요"라며 '이재한 구명 운동'까지 벌였다.
또한 십수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이재한만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차수현(김혜수 분)의 사랑이 이뤄질 수 있기를 염원했다. 이에 이재한이 살아있음을 보여준 마지막회는 먹먹한 감동과 함께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그 정도로 이재한이라는 캐릭터와 이를 연기한 조진웅은 무한 사랑을 받았다.
이 '시그널'은 조진웅의 2년만의 안방복귀작이다. 2014년 KBS 2TV '태양은 가득히'에 출연했지만, 시청률 참패를 경험해야 했던 그였다. 물론 극 안에서 조진웅이 보여준 연기는 훌륭했고, 작품성 또한 나쁘지 않았다. 당시 조진웅은 "'태양은 가득히'를 보는 이들이 행운"이라고 말할 정도로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컸다. 하지만 좋지 못했던 대진운으로 인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아쉽게도 그의 명연기도 화제가 되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2년만에 인생작이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그널'을 만나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입증해냈다.
진구 역시 조진웅과 마찬가지로 3년 전 KBS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으로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광고천재 이태백'은 진구의 드라마 주연작으로 이 시대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드라마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뚜껑을 연 드라마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전개와 일부 배우들의 안녕하지 못한 연기력 등으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데뷔 때부터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늘 탁월한 존재감을 발휘해왔던 진구도 이 드라마를 살리진 못했다.
이후 진구는 JTBC '순정에 반하다' 초반 등장을 제외하고는 영화 촬영에만 집중을 했었다. 그리고 드라마 복귀작으로 KBS '태양의 후예'를 선택, 서대영이라는 캐릭터를 만나 시청자들의 열성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특전사인 서대영은 태백부대 소속 모우루중대 부중대장으로 유시진(송중기 분)과 둘도 없는 남남 케미스트리를 뽐내고 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죽이 척척 맞는 호흡은 시청자들의 눈호강 요소가 되고 있다. 또한 서대영은 군의관인 윤명주(김지원 분)와 가슴 시린 사랑을 하고 있는데, 이 로맨스 역시 안방에 설렘을 채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진구는 뼛속까지 군인이자, 얼굴과 성격 모두 멋있는 남자 중의 남자로 완벽히 탈바꿈해 송중기와 드라마를 탄탄히 지탱하고 있다. 유시진과 강모연(송혜교 분)의 사랑 이야기가 통통 튀는 귀여움을 안고 있다면 서대영과 윤명주는 온갖 시련에도 절대 포기 하지 않는 애절함으로 극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눈물 흘리는 윤명주를 남자답게 끌어안는 서대영의 모습이나 중간 중간 등장하는 과거의 달달했던 모습은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데, 이는 어떤 연기를 해도 믿고 볼 수 있는 진구의 연기력이 있기 때문이다. /parkjy@osen.co.kr
[사진] tvN,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