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시리즈는 tvN 나영석 PD의 새로운 예능 트레이드 마크다. KBS '1박2일'로 뜬 그는 tvN으로 옮겨 '삼시세끼'와 '꽃보다' 시리즈로 정상에 올랐다. 세 프로의 공통점은 단순한 소재를 갖고 다양한 재미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야생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1박2일'은 야외 취침이란 벌칙을 축으로 삼았다. '삼시세끼'는 하루 세 끼니를 직접 챙겨 먹는 것이고 '꽃보다'는 동질감을 갖는 그룹의 해외여행으로 꾸며진다. 주제가 간결 명료하다보니 긴 방송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채울려면 온갖 재주가 필요하다. 나 PD의 강점이 여기에 있다.
'1박2일'에서는 복불복을 비롯해 온갖 벌칙과 게임 방식이 등장해 웃음 폭탄을 터뜨렸다. 멤버 간 물고 물리는 캐릭터 구축과 재치 만점의 자막, 제작진의 간접 출연 등 신선한 포맷들이 화제였다. 이같은 나 PD식 예능 연출의 근간은 '삼시세끼'와 '꽃보다' 시리즈에 그대로 접목돼 성공을 거두고 있다. 물론 편집의 힘도 한 몫 단단히 했다.
'꽃보다' 시리즈가 그렇다. 할배나 여배우, 청춘스타 몇명이 어울려 해외여행에 나선다? 어찌 보면 재미있을 에피소드와 요절복통 사건들이 무수히 쏟아질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스타일 구기거나 망가져서는 안될 스타 연예인들이 함부로 행동할 일이 있겠는가. 그렇다고 1시간 30여분 방송 분량을 다큐멘터리 찍듯 풍경화만 내보낼수는 없다. 나 PD의 소속은 예능국이니까. 다소 무리한 설정과 진행, 그리고 편집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결국 사단은 류준열, 박보검, 고경표, 안재홍 등 '응답하라 1988'의 신데렐라 스타 네 명을 납치(?)한 '꽃보다 청춘-아프리카'에서 크게 터졌다. 이들이 투숙한 호텔 식당에 가운 차림으로 조식을 내려가는 장면을 방송한 것이다. 화면에는 멤버 각자에게 번호까지 달아 '가운천사'라는 자막까지 내보냈다.
방송에는 안재홍이 "호텔 직원이 가운을 갈아입으라고 한다"고 멤버들의 비매너를 지적하는 장면도 그대로 나왔다. 그뿐일까. 호텔 수영장에서 입던 팬티 차림으로 그대로 입수했고 한 멤버는 홀딱 벗은 알몸을 암시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꽃청춘-아프리카'에 열광하던 팬들의 시선은 이 방송 하나로 차갑게 바뀌었다. '응팔의 청춘스타들을 해외로 데려가서 나라망신은 다 시켰다는 지적이다.
'웃기긴 했는데 너무 심한 행동' '가운 입고 식당 갈 때는 정말 놀랐다' '해외에서 예절없기로 윰여한 OO인들도 이렇게는 안했을 것' '눈을 가리고 싶었다' '수영장 사건은 경찰에 신고됐으면 어쩔뻔 했냐' 등등 조목조목 옳은 비난들이 터져나왔다.
앞선 '꽃보다' 시리즈에서의 문제점들도 덩달아 불거졌다. 한 네티즌은 '꽃할배에서도 소주를 생수병에 넣어 물로 위장해서 음식점에 들고 갔다. 출연진도 잘못이지만 거르지 않고 내보낸 PD의 자질도 의심된다'고 쏘아붙였다. 호텔에서 찌개를 끓여먹은 장면 역시 눈에 거슬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꽃보다' 측은 바로 사과하고 진화에 나섰다. 나 PD의 예능은 지금까지 잘못한 점보다 잘한 점이, 실보다는 득이 많은 것으로 평가받는 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삶 그대로의 일상을 예능으로 옮긴다는 점에서 대중친화적 연출에 성공했다.
오랫동안 무명의 설움을 맛봤던 청춘들, '응팔' 인기가 올라갈수록 큰 부담과 책임감으로 마음 졸였던 청춘들, 아프니까 청춘이라지만 길고 어두운 터널을 겨우 빠져나온 청춘들이 아프리카로 갔으니 이런 소동인들 없었을 것인가. 편집에서 나쁜 행동을 지적하지 않고 희화화한 잘못은 분명하겠지만, 제작진이 억지로 시킨 설정이 아닌 이상에는 이 또한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외여행에서의 교훈으로 삼아야되지 않을까 싶다./ mcgwire@osen.co.kr
[엔터테인먼트 국장]
<사진> 꽃청춘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