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희, 잠적·사망설도 못 이긴 '팬사랑'..35년만의 컴백[종합]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6.03.14 14: 54

사회자는 가수 박인희를 '1970년 아이유'라고 소개했다. 현장에 있는 많은 팬들은 주인공이 나타나자 우렁찬 박수와 환호로 두 팔 벌려 반겼다. 모두가 기다린 가수 박인희가 무려 35년 만에 대중 앞에 섰다. 오로지 팬들을 위해서다. 
박인희는 14일 오후 2시 서울 홍제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컴백 기자회견을 열고 반가운 얼굴을 내비쳤다. 1981년 홀연히 대중 곁을 떠났던 그는 "살면서 이런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잠깐 노래했고 방송하다가 떠났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기다려 주시다니 정말 감사하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박인희는 1969년 이필원과 국내 최초 혼성 듀엣 뚜다에무아로 데뷔해 '약속', '세월이 가면' 등의 히트곡을 냈다. 1972년 결혼 후엔 솔로 가수로 전향, 1974년부터 2년간 6개의 히트 앨범을 발표했다. 부른 노래마다 기품 있고 여성미와 지성미가 가득해 지식인들 사이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모닥불', '끝이 없는 길', '그리운 사람끼리', '세월이 가면', '봄이 오는 길' 등을 히트시킨 후 갑자기 사라졌다. 종종 라디오 DJ로 활동했지만 앨범과 무대 활동은 전무했다. 1988년 이후에는 방송 활동까지 멈춰 사망설이 나오기도 했다. 
박인희는 "서고 싶지 않은 무대에는 안 나갔다. 노래도 부르고 싶은 노래만 불렀다. 그런데 어느 순간 타성화 됐다. 그래서 그만 뒀다. 내 자신을 되돌아 봐야겠더라. 전문인이 되려면 공부를 더 해야 했다. 1981년 이런 마음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1988년 방송까지 접은 후 그는 미국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우연히 한 팬을 만났고 다시 컴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 준비와 주저하는 걸 반복하던 그에게 한국에 있는 1400여 명의 팬클럽은 컴백에 큰 원동력이 됐다. 곁을 떠났는데도 10년 넘게 마음을 쏟는 팬들을 보며 박인희는 결국 지난해 컴백을 다짐했다. 그리고 콘서트까지 마련했다. 
그는 "팬들 덕분에 컴백을 준비하게 됐고 공연까지 열게 됐다. 같이 공연할 친한 분들을 생각해 보니 송창식이 어떨까 싶었다. 음악성이 크게 어긋나지 않으니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에 대한 외고집이 나랑도 비슷하다. 끼리끼리 만나는 게 어떤가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인희는 다음 달 30일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컴백 콘서트 '그리운 사람끼리'를 개최한다. 5월에는 일산, 수원, 대전 등을 돌며 전국 투어에서 팬들을 만날 예정. 아주 오래도록 기다려 준 팬들을 위한 '폭풍 팬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그는 "2~30곡의 신곡을 만들어 놨다. 하지만 이 노래는 이번 공연에서 발표하지 않을 거다. 가수 박인희를 떠나서 만든 노래라 저 외의 다른 가수들을 찾아서 줄 생각이다. 새 노래는 가을쯤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가수로서의 박인희보다 더 넓은 의미로 싱어송라이터로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35년 만에 '노래하는 시인' 박인희가 드디어 돌아왔다. 이날 백발의 팬들은 손수 준비한 꽃다발을 박인희에게 직접 전달했다. 박인희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함께 늙어가는 가수와 팬들의 우정은 35년이라는 세월을 무색하게 했다. /comet568@osen.co.kr
[사진] 쇼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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