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은 카메라를 보고 연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틀을 깬 작품이 있다. 그래서 더 강렬한 엔딩으로 기억되는 것들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이 그러했듯 최근 종영한 tvN '시그널'에서도 조진웅이 카메라 앵글 넘어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끝났다.
12일 방송된 '시그널' 마지막회를 보며 안방 시청자들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이재한(조진웅 분)과 박해영(이제훈 분)이 모두 살았다는 안도감에 이어 아직 끝나지 않은 인주여고생사건과 그 배후에 숨겨진 더 큰 비리를 이들이 시즌2에서 끝까지 파헤칠 거라는 믿음이었다.
여기에 하나 더. 엔딩에서 어느 때보다 결연한 표정을 짓는 이재한과 시청자들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마치 안방 시청자들에게 무전을 보내는 듯한 이재한의 간절함이 눈빛에 담겨 있었다. 과거가 바뀐 까닭에 박해영과 무전은 끊어졌지만 그 앞에는 여전히 무전기가 작동하고 있었다. 시청자들 누구라도 무전을 받아 달라는 염원마저 느껴진 표정이었다.
또 다르게 보면 아직도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불의와 악인들에 대한 압박의 메시지를 담은 걸로 해석할 수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이재한인 까닭에 2016년 현재의 부조리에 대한 처절한 응징의 눈빛을 보낸 건 아닐까. 이재한을 연기한 조진웅의 눈빛 엔딩에는 참으로 여러 해석의 여지가 들어 있는 듯하다.
이쯤 되니 자연스럽게 '살인의 추억' 엔딩이 떠오른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현실처럼 부녀자 연쇄 강간 살인범을 잡지 못한 채 끝을 맺는다. 현실과 지독하게 닮은 작품이라 영화를 본 뒤 관객들은 꽉 막힌 가슴을 한참 동안 부여잡았다.
'살인의 추억'의 엔딩은 박두만(송강호 분)이 훗날 범행 현장인 배수로를 들여다 보다가 소녀와 대화를 나누는 걸로 채워졌다. "얼마 전 어떤 아저씨도 그 구멍을 들여다 봤는데. 자기가 예전에 한 일이 생각나서 봤다더라"는 소녀의 말에 박두만은 정확히 카메라를 쳐다보며 관객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졌다.
마치 앵글 너머에 있을 범인을 향한 눈빛이었다. 이를 두고 봉준호 감독 역시 "어디선가 보고 있을 범인에게 던지는 메시지"라고 밝힌 바 있다. 살아 있다면, 살아서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담은 이 작품을 보고 있다면 죄책감을 느끼라는 분노의 감정까지.
공교롭게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해 만들어진 '살인의 추억'과 '시그널'이다. 두 작품의 엔딩이 비슷한건 아직도 사회악이 만연하기 때문일 터. 박두만과 이재한, 이를 전달한 송강호와 조진웅의 눈빛이 오래도록 잔상을 남기는 씁쓸한 이유다. /comet568@osen.co.kr
[사진] '시그널' 방송 캡처, 유튜브 영상 캡처